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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제2의 태평양 전쟁’ 도발? 이재명의 위험한 역사관

일본에 대한 적대감과 대한민국 건국 부정하는 왜곡된 역사인식 공공연히 표출....
성남시장이던 2017년 자서전서 대한민국 건국을 '친일파' 역사로 부정하고 이승만, 박정희 '친일파'로 폄훼
대선후보였던 2021년에는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 그대로 유지했다”며 대한민국 역사 부정

 

대한민국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이재명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개시한 일본을 겨냥해 “제2의 태평양 전쟁”을 ‘도발’했다며 격렬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가 ‘태평양에 독을 푸는 환경범죄’를 저질렀다며, ‘제국주의 침략’ ‘국권 침탈’ 등등을 언급했다.

 

이 대표의 일본을 향한 적대감 표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미국 및 일본을 향한 극심한 증오와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는 ‘친일파’의 역사로서 청산돼야 한다는 왜곡된 역사관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지난 24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며 “과거 제국주의 침략 전쟁으로 주변국의 생존권을 위협했던 일본이 핵 오염수 방류로 대한민국과 태평양 연안국에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오려 하고 있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야 4당과 시민단체들은 26일 서울 도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죽창가’ 공연으로 시작한 이날 집회에서 이 대표는 “인류에 대한 도발이고 태평양 국가를 향해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또한 그는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지지했다며 ‘정권 심판론’을 언급했다.

 

28일에는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일본의 오염수 투기에 국민 분노가 폭발했다”며 “지난 주말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본의 무도한 침탈에 반대하는 함성으로 가득했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일본의 국권 침탈’에 비유한 것이다. 이어 그는 “국민 누구도 태평양에 독을 푸는 환경 범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국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긴 권력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며 “늘 반공선동에 앞장서던 윤석열 대통령이 핵 오염수 투기에 대해서는 참모들과 함께 숨어있다. 비겁한 일”이라고 강도높게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25일(현지시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미국은 안전하고 투명하며 과학에 기반한 일본의 프로세스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일본 환경성은 27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주변 바닷물을 조사한 결과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삼숭수소 농도가 검출 가능한 하한치보다 낮았고 방류 단계별 데이터에서 모두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드러난 이 대표의 극심한 대일 증오심은 과학적 팩트(사실)에 기반한 정당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그의 왜곡된 역사관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1월 20일에 출간됐던 이재명의 자서전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는 그의 편향적인 역사관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박근혜 정권 타도를 위한 이른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당시 이재명은 성남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자서전 서문에 “해방 이후 70년간 친일·독재·부패 세력의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국가를 건설하는 일에, 두려움 없이 앞장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 건국 70년의 역사를 친일파, 독재, 부패 세력의 ‘적폐’의 역사로 매도한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완성하기 위한 건국 혁명, 피 흘리지 않는 명예혁명, 99%를 위한 흙수저들의 혁명을 이뤄내야 한다”, “해방 후 70년이 넘도록 청산되지 않은 친일 기득권 세력, 반대자를 종북으로 몰며 분단을 고착하고 평화와 통일을 방해하는 분단 세력을 이번에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 “그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다. 지금 못 하면 다시 7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각오로 70년 만의 대청산과 대전환을 완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완성하자”며 ‘혁명’을 촉구했다.

 

이 시장은 특히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파’로 매도했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단계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미군정을 등에 업은 이승만 정권은 친일매국 행위자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제에 빌붙어 봉사하며 백성들을 수탈했던 친일매국세력을 군, 경찰, 관료 요직에 중용했다”고 비난했다(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을 지난 이승만의 초대 내각은 임시정부 내무총장을 지낸 이시영 부통령, 광복군 참모장을 역임한 이범석 국방장관, 광복권 총사령관 출신 지청천 무임소장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됐던 이인 법무장관, 2·8 독립선언에 연루됐던 김도연 재무장관, 임정 내무총장을 지낸 신익회 제헌의회 의장,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을 지낸 변호사 독립운동가 김병로 대법원장 등 입법, 사법, 행정부 수장이 모두 임시정부 요인이거나 독립운동가 출신이었다. 반면 김일성 정권의 초대 내각과 군부 등 주요 핵심간부들은 상당수가 친일파였다. 김일성의 동생 김영부는 일제 관동군 헌병보조원(통역)으로 근무하다 8.15 광복을 맞았으며 이후 부주석까지 올랐다. 일제 때 도의원을 지낸 친일파 강양욱(강반석의 7촌)은 북조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었으며, 일본의 전쟁 비용 마련을 위한 임전대책협의회에서 활동한 소설가 홍명히는 부수상에 임명됐다. 일제 때 인천양곡조합 이사를 지낸 이승엽은 남로당 중앙정치위원을 거쳐 북조선 사법상을 지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북한정권의 초대 공군사령관 이활, 이민군 9사단장 허민국, 인민국 기술부사단장 강치우 등은 나고야항공학교를 졸업한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북한 초대 내각의 친일파는 16명에 이른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도 “일본 왕에게 개와 말처럼 충성을 바치겠다는 혈서를 쓰고 일본군 장교로 출세해 독립군을 잡으러 다니던 박정희는 친일매국 세력을 청산하기는커녕 그 변종을 키워나갔다”며 극도의 증오심을 감추지 못했다.

 

이 시장은 “다수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친일·독재·부패 세력을 제거하는 일”이라며 “머리 박근혜, 몸통 새누리당, 뿌리 재벌로 이뤄진 이 나라의 부패하고 무능하고 부도덕한 기득권 집단이 그 추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번에야말로 70년이 넘도록 얼굴을 바꾸어가며 이 나라를 지배해 온 친일·독재·부패 세력을 국민의 힘으로 청산할 때”라고 선동했다.

 

경기도지사로 대선주자로 나섰던 2021년에도 그는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아 논란을 일으켰다. 이 지사는 당시 “미군은 점령군”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 친일잔재가 완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여전히 남아았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원로 역사학자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주러대사)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서지지 세력을 제법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크게 우려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세계가 다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 또다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것은 국민전체에 대한 모욕이고 무지를 넘어 반역”이라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