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칼럼에서는, 현재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며 폭력 행동에 나선 시위대들을 ‘동덕 시위대’라고 표현합니다. 이 글은 모든 동덕여대 재학생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MBN 기자가 만난 한 동덕 시위대 중 한명은 “래커칠은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지울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시위대는 래커칠로 학교에 수십억 대 피해를 입힌 게 폭력이 아니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야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지나가는 사람에게 “야, 이 바보야” 소리치는 정도는 애교 정도로 봐줘야 하나. 누군가가 그 학생에게 욕설을 했다면 그건 폭력이 아닌 모양이다. 지울 수 있고 말고를 떠나 지울 필요도 없으니까. 욕설을 한 순간 허공으로 사라지니까. 설령 그 욕설이 그 시위대의 마음에 상처로 남아도 정신과 약을 먹고 치료하면 지워질테니까.
동덕 시위대는 학교 설립자 동상을 찾아 래커를 잔뜩 뿌리고는 ‘동식이 굿다이노’라고 조롱했다. ‘굿다이노’란 ‘Good Die 했네’, 즉 잘 죽었단 얘기고, ‘동식이’는 설립자 故조동식 선생의 이름을 막 부른 것이다. 이들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명분으로, 공학은 ‘여성 교육 신장’이란 건학 이념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들에겐 동덕여대 설립자쯤은 여성 교육과는 별 무관한 사람인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웃지 못할 코미디가 있다. 이들이 학교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동상인 줄 알고 모욕을 준 동상이 실은 그 수양아들의 것이었다. 이분은 故조용각 선생으로, 평생 여성교육에 헌신한 공로로 1982년 교육공로포상(동백장)을 받았다. 흉상 아래에는 ‘조용각 박사상’이라고 한자로 적혀 있다.
웃지 못할 코미디는 또 있다. 동덕 시위대는 이렇게 학교 설립자 동상에는 래커칠을 하고 그 래커는 지워진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면서, 자신들의 점퍼는 비닐로 꽁꽁 싸두었다. 일부 학생들이 공학 전환 반대 투쟁에 연대한다는 의미로 캠퍼스 바닥에 학교 점퍼를 수백개 깔아둔 것인데, 이 점퍼들은 방수포가 그 위를 곱게 덮고 있다. 비를 맞을까봐, 다른 물질에 오염될까봐 걱정했다는 얘기다.
설립자 동상엔 래커 범벅, 시위대 점퍼엔 비닐 포장, 이 극단적인 대비가 이들의 시위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건학 이념 운운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감추기 위한 ‘방수포’에 불과하다. 이들은 각자의 욕심, 그것이 남성에 대한 열등감이든, 남성에 대한 반감이든, 여성이란 약자로서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든, 그냥 ‘여대’란 간판을 달고 싶어서든, 그것이 무엇이든 각자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서로 연대한 것뿐이다. ‘우리 모두를 위한’ 명분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오직 나를 위한’ 이기심이 합쳐진 것이다.
학교 측은 래커를 지우는 등 폭력 시위 ‘청소’에 드는 비용을 많게는 54억원까지 추산한다. 동덕 시위대는 학우들을 위한다면서 교내에서 열 예정이던 취업박람회와 음미대의 연주회와 전시회를 무산시켰는데, 박람회 주최 업체는 3억원가량 손해배상 견적서를 총학생회 측에 보냈다. 만일 끝내 소송으로 간다면 학생회 측은 이 비용을 시위대 전체로부터 보전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건학 이념 유지란 명분을 위해 공동 투쟁한 것이라면 각자가 십시일반 비용을 감내하겠지만, 그저 이기심의 충족이 목적이었던 시위대는 사태가 일단락되면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남자친구에게, 남편에게,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나는 모교의 공학 전환을 반대하려 래커칠을 했소’라고 절대 고백하지 않을 것이다.
트루스가디언 편집장 송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