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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청년 시론] 좌파 교육정책과 학생의 좀비화…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교육감 선거할 때면 항상 올라오는 말이 있다. “교육을 받는 사람이 청소년들인데 왜 교육감을 청소년이 안 뽑고 어른이 뽑냐”는 것이다. 이재정 전 경기도 교육감 역시 “교육감 선거 연령 만 16세로 낮추자”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게 ‘교육’이 아니며 청소년은 아직 분별력을 키워야 하는 시기에 있기에,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교육감 선거 연령 하향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상황의 학교 드라마가 있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2022), 공교롭게도 19금이라 청소년이 볼 수 없다. 드라마 제목 그대로 ‘지금 우리 학교는’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는데,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는 학교와 학생들의 현실을 학생이 아닌 어른이 보고 생각하도록 이끌어준다. 그동안 개봉된 학교 드라마는 청소년들을 주된 시청자로 삼았으나 이 드라마는 결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꼰대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도 그렇듯, 어른들만 볼 수 있더라도 이를 통해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현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결국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좀비와 함께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란 드라마는 영화 ‘부산행’(2016)에 이어 개봉된 K-좀비 콘텐츠다. 특히 이 드라마는 학교에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한 도시가 마비되는 걸 보여주는데, 단순히 잔인하고 징그러운 좀비만 보고 끝날 게 아니었다. 드라마에서 학생들이 좀비가 되는 걸 보면, 현실에서도 좀비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좀비란 결국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무언가 악한 것에 이끌리듯 나아가는 존재인데, 교육자들의 잘못된 방향성이 학생들을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조희연 전 서울 교육감이 비리로 얼룩진 채 교육감 자리에서 퇴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롭게도 조희연 전 교육감이 걸어온 실패의 길이 ‘지금 우리 학교는’에 꽤 녹아있다.

 

드라마에서 좀비 바이러스(요나스)의 근원이 효산고등학교임에도 어른들은 무관심했다. 학교 밖으로 나간 좀비에만 관심 있고 근본은 해결하지 못했다. 좀비 바이러스는 효산시 전체로 퍼졌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 컴퓨터를 켰으나 정부는 “가짜뉴스가 퍼진다”라며 인터넷을 폐쇄했다. 가짜뉴스가 있었던 것이야 사실이겠지만 정부는 어리석게도 모든 표현을 거세시켰다.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국회에서 발의한 ‘언론중재법’(2021년 개정안)의 논리다. 이에 학생들은 인터넷을 시작도 못하고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학생들에 대한 관심은 온데간데없고 어른들의 정치 논리만 앞세우는 모습이다.

 

효산고 교장 선생님(엄효섭)은 어땠나? 많은 학생이 좀비로 변하는 위기에 처했음에도 혼자 교장실에 숨었다. 이런 모습은 그전부터 드러났다. 학교폭력 피해자 학생이 있음에도 모두 숨기고 학교 이미지만 좋게 만들려 할 때였다. 그의 지독한 이기심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마치 2014년 세월호 사고의 선장, 그리고 이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을 보는 듯하다.

 

 

또한 드라마를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 카카오톡으로 선생님과 학생이 소통한다. 스마트폰 관리가 잘 되지도 않고,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학생이 많은 건 물론, 극단적으로는 학교에서 성폭행하는 걸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도 한다. 실제로 초등학생만 되어도 스마트폰이 생기는 것이 오늘날의 분위기다. 과연 청소년이 스마트폰 내의 수많은 미디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잘못된 문화를 보고 분별할 수 있을까? 분별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것을 쌓아나가야 할 시기, 즉 아직 분별력을 갖추기 전인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을 통한 권리를 늘려주는 것이 적절할까? ‘조희연표 정책’ 중 대표격인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내의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사용 권리를 보장해 준 것이 학생들의 삶을 바르게 이끌어줄까? 이는 학생들이 건전한 세계관을 쌓아야 할 시간에 미디어가 말하는 대로 이끌려가는 좀비 같은 어른으로 만든다.

 

현실의 좀비로 살아가는 어른들에 대해서는 어떤가. 그들이 수많은 경로를 통해 잘못된 세계관에 빠져 좀비처럼 말하고 행동할 때, 그들을 비판하고 처벌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을 해결하지 못한다. 그것도 필요하겠으나, 근본을 해결하려면 또 다른 좀비가 다시는 나오지 않게 조치 취하는 것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청소년 시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가정, 학교, 그리고 미디어를 보고 아이들에게 바른 방향을 제시할 때 해결할 수 있다. 가정에서 자녀들의 인성보다 성적에 관심 가지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편향된 교육과정 주입시키고, 청소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악한 세계관이 들어가게 하는 미디어를 키운다면 청소년들은 현실의 또 다른 좀비로 양성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학교는’ 너머의 메시지

 

드라마에서 좀비 바이러스를 처음 만든 건 무엇이었나? 복수심이었다. 아들이 학교폭력 당한 것에 복수하고 싶었던 과학교사 이병찬(김병철)은 천재적인 능력으로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다. 그리고 아들을 괴롭혔던 학생을 감금하여 바이러스 실험을 한다. 학생은 좀비가 되었고, 감금이 해제되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결국 바이러스는 학교폭력 가해자 학생들을 좀비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에 더하여 피해자 학생들까지도 좀비로 만들었다. 물론 교장의 이기심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이 이병찬을 크게 괴롭혔을 테지만, 복수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의 끝은 모두를 황폐화시켰다. 어른의 왜곡된 복수심을 끊어내지 못하면 아이들만 피해 본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늘날의 학교 현실을 은유적으로 알려주면서도, 미혼모 박희수(이채은)의 아기 사랑과 박선화(이상희) 선생님의 제자 사랑 등을 보여 재미와 감동이 있다. 아쉬운 점은 억지가 많다는 점이다. 남온조(박지후)의 아버지 남소주(전배수)가 굳이 죽지 않고도 다 같이 살 수 있는데 억지 희생 장면을 그려 억지 감동을 이끈다. 또 효산시에 퍼진 좀비를 잡기 위해 폭격 명령을 내린 계엄사령관 진선무(김종태)가 죄책감에 빠져 자살하는 부분이 그렇다. 좀비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만든 이병찬이 말했듯 좀비를 모두 잡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고 사령관은 유일한 방법을 이행한 것이다. 거기서 사령관이 자살하는 장면을 굳이 넣은 것은, 문제 상황에 현실적인 방법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굳이 죄책감을 심어주려는 것일까.

 

억지 코드를 넘어 청소년의 삶을 바라보자. 청소년들을 좀비와 같은 어른으로 만드는 것이 있다면 어른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 어리석은 정치, 어른들의 이기심과 복수심, 그리고 청소년을 향한 지나친 권리 부여가 청소년들을 좀비로 만들고 있다. 현실의 효산시에 사는, 좀비가 될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출할 자 누구인가. 그간 지독히도 퇴행했던 교육 현장을 회복시킬, 교육감을 비롯하여 많은 진실된 어른이 필요하다. 이기심과 복수심으로 뒤덮인 학교에서 학생 한 명이라도 더 지켜주려 했던 박선화 선생님처럼, 자신이 좀비가 되었을 때 자신을 묶어서라도 자녀를 지켜줬던 미혼모 박희수처럼.

 

황선우 트루스가디언 객원기자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문화는 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