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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신문 읽기] "정치 성향 다르면 술자리도 싫다" 보고서… "갈등 관리 시급"

국민 58% “정치 성향 다르면 연애·결혼 못 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국민 통합을 위해 갈등의 진원지인 정치권의 반성과 개선 노력이 최우선으로 필요”(동아)
“여야 가릴 것 없이 강성 팬덤에만 의지하는 정치가 나라를 둘로 쪼개고 있어”(중앙)

국민 5명 중 3명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10명 중 9명 이상은 정치적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58.2%에 달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은 남성(53.9%)보다 여성(60.9%)에게서 많이 나왔고, 청년(19∼34세·51.8%)보다는 중장년(35∼64세·56.6%)과 노인(65세 이상·68.6%)에게서 많이 나왔다.

 

응답자 중 33%는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 및 지인과 술자리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역시 여성(36.9%)이 남성(28.6%)보다, 노인(41.9%)이 청년(28%)보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중 92.3%는 사회적 갈등 중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82.2%), 노사 갈등(79.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5일 자 사설을 통해 “이번 조사는 정치적, 이념적 갈등이 공론장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파고들었음을 보여준다”며 “온갖 독설과 거짓 주장, 편 가르기 등으로 사회 갈등을 부추겨온 정치권부터 이번 조사 결과의 함의를 제대로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런 분열상은 정치권이 부채질한 측면이 크다. 그간 선거에서 득표율은 큰 차이가 없는데 간신히 이긴 쪽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결과가 되풀이됐다”며 “전부 아니면 전무를 반복해 경험하다 보니 결국 서로 자신의 진영만 다독이며 다음에는 우리가 권력을 잡아 상대를 무찌르자는 복수의 인식만 강해져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국민 58% “정치 성향 다르면 연애도 결혼도 못 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조사는 정치적, 이념적 갈등이 공론장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파고들었음을 보여준다”며 “연애나 결혼은 물론이고 술자리나 사회·단체생활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교제에까지 정치적 견해차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지지하는 정치인이 다른 상대를 만났을 때 대화가 부담스럽고, 연애건 술자리건 만남을 불편해하는 세태가 확연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설은 “이는 사회 갈등 유형 가운데 응답자의 92%가 보수-진보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정규직-비정규직 갈등(82%), 노사 갈등(79%) 등 일터와 관련한 갈등을 꼽은 답변도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이념 갈등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며 “결국 이념 과잉을 지양하고 사회적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면서 갈등 요인을 해소하고 국민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갈등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정치 영역의 반성과 개선 노력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온갖 독설과 거짓 주장, 편 가르기 등으로 사회 갈등을 부추겨온 정치권부터 이번 조사 결과의 함의를 제대로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국민 절반 “정치 성향 다르면 연애도 않는다” 만든 우리 정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분야는 예상대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었다. 무려 92.3%가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2018년보다 5%포인트나 늘었다. 어느 나라든 이념 또는 진영 간 불화가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도저히 화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오죽하면 절반 이상(58.2%)이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나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을까. 국민 셋 중 한 명은 다른 진영 사람과는 술자리도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말도 섞지 않는 데다 피까지 더 섞이지 않다 보면 나라는 장차 두 쪽이 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열상은 정치가 부채질한 측면이 크다. 그간 선거에서 득표율은 큰 차이가 없는데 간신히 이긴 쪽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결과가 되풀이됐다. 전부 아니면 전무를 반복해 경험하다 보니 결국 서로 자신의 진영만 다독이며 다음에는 우리가 권력을 잡아 상대를 무찌르자는 복수의 인식만 강해져 온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서로 상대 탓만 하는 게 익숙해져 버린 사회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강성 팬덤에만 의지하는 정치가 나라를 둘로 쪼개고 있다. 어느 사회든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폭발하고 만다. 관리와 치유의 역할을 맡아야 할 책임은 정부와 정치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만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