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8년 만에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포함해 내년부터 시행할 191개 세법 개정안을 25일 발표했다. 1인당 5000만원인 자녀 공제 한도를 5억원으로 높이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등의 내용이다. 대주주 상속에 20%를 할증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배당 등을 늘린 기업엔 가업 상속 공제를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물가가 1997년 이후 2배 가까이 오르고 주택 가격도 같은 기간 전국은 2.2배, 수도권은 2.8배 상승한 만큼, 이로 인한 과도한 세 부담을 완화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26일 자 사설을 통해 “30년 가까이 방치한 상속세 체계를 현실에 맞춰 손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중요한 정부안이 발표됐지만 ‘현실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시행령으로 처리가 가능한 것을 뺀 168개(88%)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108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민주당은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정부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감세에 따른 재정 보완책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그랜드 비전’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내수 침체가 오래가는데도 정부가 소비나 투자 진작도 없이 방관하는 것도 세수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처지임에도 부자 감세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밀고 가는 건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 오기의 국정이 아닐 수 없다”며 “지금은 감세가 아니라 증세를 해야 한다. 재정을 확충하고 서민 복지를 확대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 어제 발표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모두 법 개정 사항이다. 국회가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28년 만의 상속세 개편안 나와도 '현실감' 들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 상속세 체계는 다른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과중하다. OECD 38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평균 13%이지만 한국은 50%에 달해 일본(55%)에 이어 둘째로 높다. 상속세 공제 한도도 1997년 이후 28년째 그대로다. 이 기간 물가가 96% 올랐고 1인당 소득은 3.8배로 불었지만, 이런 현실을 상속세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가져도 상속세 걱정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상속세의 본뜻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 중 기본 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5억원) 한도를 넘어 상속세 부과 대상에 해당되는 10억원 이상 아파트 비율이 4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년엔 3만9000명이 내던 상속·증여세가 2022년에는 납부자가 26만8000명에 이르러 중산층 세금이 됐다"며 "우리나라 보통 가구는 자산의 80%를 부동산이 차지한다. 집 한 채가 전부인데 가장이 사망하면 가족들이 상속세 내려 살던 집을 팔아야 한다면 정상적인 세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기재부가 발표한 191개 세법 개정안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 중요한 정부안이 발표됐지만 ‘현실감’이 떨어지고 있다. 시행령으로 처리가 가능한 것을 뺀 168개(88%)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108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다행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 우선을 강조하고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 상속세·종부세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이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면 국민이 다시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24년 만의 상속세 수술…감세 유지하되 치밀한 세수 대책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따른 감세 규모를 4조3515억원으로 추정했다. 대부분이 상속세 개편(4조565억원)의 영향이다. 정부는 수혜자를 분석할 수 없는 3조 원 이상을 제외하면 서민·중산층(6282억)이 감세 혜택을 가장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며 “그러나 야당이 주장하는 ‘부자 감세’ 프레임을 극복해 국회의 동의를 구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상속세 납부 대상 피상속인이 전체의 5% 안팎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세제 개편이 ‘부자 감세’를 넘어 국민경제 전체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음을 정부는 에두르지 말고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상속세까지 오기 부리듯 ‘부자 감세’, 민심 상처 덧낸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동안 정부는 법인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중심으로 대규모 감세를 단행한 바 있다. 상속세를 겨냥한 것은 고물가·고금리와 실질임금 감소, 내수경기 악화에 고통을 겪는 민심을 달래기보다는 ‘부자 감세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2023년 최고세율(50%)을 적용받아 상속세를 낸 이들은 전체 피상속인의 6.3%(1251명)에 불과한데, 이들이 낸 세금의 비중은 80.7%(9조9158억원)였다. 이들이 상속세 감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기업 지배권 프리미엄을 없애는 할증평가 폐지도 수혜자가 누구인지 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지난해 세수가 대규모로 펑크나 정부가 지출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올해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마구 삭감해 큰 반발을 샀다. 내수 침체가 오래가는데도 정부가 소비나 투자 진작도 없이 방관하는 것도 세수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처지임에도 부자 감세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밀고 가는 건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 오기의 국정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경향신문은 <‘세수 결손·불평등’ 심화시킬 상속세 인하, 국회가 막아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반영해 시민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세수 결손으로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어떻게 하며, ‘부자 감세’로 더 벌어지는 사회의 빈부격차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부안대로라면 향후 5년간 상속·증여세 감소액이 18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부모가 피땀 흘려 일군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 특히 불로소득에 붙는 상속·증여세는 사회의 부를 재분배해 양극화를 축소하는 선한 기능을 한다. 태어나자마자 엄청난 불평등이 발생하고, 그 불평등이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커진다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감세가 아니라 증세를 해야 한다"며 "재정을 확충하고 서민 복지를 확대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모두 법 개정 사항이다. 국회가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요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