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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조수진 새벽에 사퇴했지만 민주당 “후보 전략공천, 박용진은 어려워”...왜?

이재명-박용진의 악연?
박용진, 2021년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서, 그리고 2022년 당대표 경선에서 이재명과 맞붙은 ‘비명계’...이재명 민주당의 ‘친명 횡재-비명 횡사’ 공천의 민낯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박용진 의원을 꺾었던 조수진 변호사가 22일 새벽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경선에서 패배한 현역 박용진 의원이 전략공천 후보군에 포함 여부에 대해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선을 그었다. 2021년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서, 그리고 2022년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이재명과 경쟁했던 박 의원을 철저하게 제거하는 모양새로 이재명의 ‘친명 횡재-비명 횡사’ 공천의 민낯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조 변호사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22일 0시 46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국민께서 바라는 눈높이와 달랐던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에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강북을 후보로 결정된 지 불과 사흘만이다. 조 변호사는 경선 이후 변호사 시절 다수의 성폭력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 “박용진 안된다”는 민주

민주당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22일) 6시까지 새로운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 서울 강북을은 애초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에 속해 경선 득표에서 30% 감산 조치를 받은 박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이승훈 당 전략기획부위원장 간 3인 경선이 치러졌다. 정 전 의원이 승리했지만, 2015년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의 목함지뢰로 피해를 본 장병들에게 허위로 사과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당은 14일 공천을 취소했다.

 

이에 박 의원의 공천 승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당은 ‘차점자가 우승자가 될 수는 없다’며 재차 공천 신청을 받아 박 의원과 조 변호사 간 경선을 치렀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박 의원에 공천을 승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강북을 지역 경선 그 자체에는 문제 없었다”며 “어떤 경기에서도 승부가 났는데 우승 후보가 문제 됐다고 해서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지는 않는다.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돼도 차점자를 올리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이해찬 전 대표가 선거에서는 승자와 패자만 있지 2등은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에 일리가 있다”며 “(차점자에 공천을 승계하면) 승자를 끌어내기 위해 온갖 일이 벌어질 것이다.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위원장은 22일 서울 강북을 지역에 대해 ‘전략공천’ 방침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오늘 등록이 마감이라 어떤 형태든 경선은 불가하다”면서 “전략 공천만 가능하다”고 했다.

 

경선에서 진 현역 박용진 의원의 승계에 관해서는 “차점자 승계는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일반적인 총선 과정에서 차점자가 승리한 경우는 거의 드물다”며 “그 전반적인 내용 자체가 후보에 대한 흠결과 하자로 인해 발생한 요인이기 때문에 제3의 인물로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박 의원의 전략공천 후보군 거론에 대해선 “포함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과 박용진의 악연?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8월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때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했던 말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되면 자신을 비판한 의원들에 대한 ‘공천 학살’이 우려된다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 “통합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당 운영을 통해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확실하게 만들겠다”고 답했다. 그 자리에는 당시 당대표 경선 경쟁 후보였던 박용진 의원도 있었다.

 

박 의원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몸담았던 PD계열 좌파 정치인으로 ‘비문재인 비이재명파’로 분류된다. 그는 2021년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서, 그리고 2022년 당대표 경선에서 이재명과 맞붙은 ‘경쟁자’였다.

 

4.10 총선을 앞두고 박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으로부터 컷오프를 의미하는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판정을 통보받았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이하 해당자에게는 경선 득표의 30%를, 하위 10∼20% 해당자에게는 20%를 각각 감산했다. 따라서 이같은 판정은 치명적이었다.

 

박 의원은 하위 10% 통보를 받은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그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고는 재심 청구를 했지만 하루 만에 기각됐다. 결국 박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에서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 이승훈 민주당 전략기획부위원장과 3인 경선을 치렀고 패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공천의 불공정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박 의원이 쌓아온 의정활동의 성과들을 보면 ‘하위 10%’라는 판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를 공론화시키면서 ‘국감 스타’ 의원이 됐다. 박 의원 물꼬를 튼 결과 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또한 박용진은 이른바 ‘재벌개혁’에 앞장서 201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4조 5000억 원 규모 차명계좌를 폭로해 1030억의 차등과세와 46억 원의 과징금 징수를 이끌어냈다. 2018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음을 암시하는 내부 문건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 팬덤 극단주의 정치에 휩쓸리지 않고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며 균형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왔다. 그랬던 박 의원이기에 ‘하위 10%’ 통보는 이재명 지도부에 쓴소리를 자주 하던 비명계였다는 이유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에는 박 의원처럼 비명계이거나 이 대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하위 10%’ 판정을 받은 의원들이 부지기수다. 반면에 친명계라는 이유로 경선 과정도 없이 단수 공천을 받은 인물들은 차고 넘친다. ‘친명 횡재, 비명 횡사’라는 말은 민주당의 이번 공천을 여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