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7.5℃
  • 흐림강릉 25.6℃
  • 흐림서울 30.1℃
  • 흐림대전 29.3℃
  • 흐림대구 30.5℃
  • 구름많음울산 27.2℃
  • 구름많음광주 30.9℃
  • 구름조금부산 28.9℃
  • 구름조금고창 30.2℃
  • 제주 26.8℃
  • 구름많음강화 25.6℃
  • 구름많음보은 26.7℃
  • 구름많음금산 25.5℃
  • 흐림강진군 25.0℃
  • 구름많음경주시 27.9℃
  • 구름조금거제 28.2℃
기상청 제공

[심층분석] 틱톡은 ‘트로이의 목마’? 미 하원, ‘틱톡 금지법’ 통과시켜

미 하원, 13일(현지시간) ‘국가안보 위협’ ‘가짜뉴스 확산’ 등 이유로 틱톡 금지법 통과
중국 거대 IT 기업을 본사로 둔 틱톡,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 하원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의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하원은 이날 워싱턴DC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고,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틱톡 사업을 6개월 내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틱톡 앱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 즉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틱톡 금지법안)’을 찬성 352표 대 반대 65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197명이 찬성했고, 15명이 반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155명이 찬성했고, 50명이 반대했다.

 

●틱톡 금지법, 어떤 법안인가?

법안은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6개월(165일) 이내에 틱톡 또는 최소 틱톡의 미국 사업을 외국 적대국과 관련 없는 회사에 매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렇지 않으면 앱스토어나 웹호스팅업체가 미국 내에서 틱톡 앱을 배포하는 것이 금지된다.

 

하원의 이날 결정은 최근 인터넷 기반 차량과 첨단 인공지능 반도체 등 중국과 관련한 미국의 국가안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일련의 움직임 중 하나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틱톡은 왜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험한가?

틱톡을 사용하는 미국인은 1억 7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 의원들은 바이트 댄스가 중국 정부에 종속되어 있으며, 중국 정부가 원할 때마다 미국의 틱톡 소비자 데이터에 접근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국가 안보 법률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정보 수집을 강요받는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기밀보호법 제7조에 따르면 중국의 모든 조직과 시민은 국가의 정보 활동을 “지지,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

 

2020년부터 틱톡 경영진은 중국인 직원들은 비중국인 사용자들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바이트 댄스는 베이징 사무실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들이 미국과 영국 내 언론인 최소 2명의 데이터에 접근했음을 인정했다. 언론에 기업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틱톡 직원들과 만나는지 확인하고자 이들의 위치를 추적했다는 것이다. 이후 틱톡 대변인은 데이터에 접근했던 직원들은 해고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국방부를 비롯한 연방부처와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에서 공공 부문 종사자 휴대전화에서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몬태나주는 모든 개인 이동통신 기기에서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정치권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강압으로 미국인 절반에 달하는 1억 7천만 명 이용자의 개인정보, 위치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 틱톡, 가짜뉴스 확산에 이용돼

또한 미국은 중국이 틱톡을 통한 가짜뉴스 확산 등을 통해 미국 내 여론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12일 미 의회에 출석해 틱톡 사용과 관련해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과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얻는 정보를 통제할 능력을 중국 정부에 부여하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틱톡의 알고리즘과 추천 알고리즘, 영향력 수행능력은 탐지하기 어렵고 이것이 바로 틱톡이 치명적 위험이 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앞서 2022년 11월 그는 미 의원들에게 “중국 정부는...추천 알고리즘을 통제할 수 있으며, 이는 영향력 행사 작전에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친팔레스타인 해시태그가 달린 동영상 조회 수가 친이스라엘 해시태그 영상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또한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작성한 ‘미국에 보내는 편지’가 틱톡을 통해 확산하기도 했다. 틱톡은 페이스북 등 다른 SNS 플랫폼보다 가짜뉴스 등에 대한 규제·단속도 느슨하다는 평가다.

 

워싱턴주 공화당 의원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는 “(우리는) 틱톡에게 명확한 선택을 제공했다”며 “CCP(중국 공산당)에 종속된 모기업 바이트 댄스와는 분리되어 미국에서 계속 운영되거나, CCP의 편을 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선택은 틱톡의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권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강압으로 미국인 절반에 달하는 1억 7000만 명 이용자의 개인정보, 위치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법안에 반대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이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와 선전 홍보에 대한 우려에 대해 소비자에게 경고해야 하지만 최종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원 톰 맥클린톡은 "독재에 대한 해답은 더 많은 독재가 아니다“며 "중국 공산당식 선전 홍보에 대한 대답은 중국 공산당식 억압이 아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도 틱톡 금지법안을 환영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법안이 대통령 책상에 올라오면 곧바로 서명할 것이라며 “상원에서 신속하게 행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틱톡은 본사를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두고 중국 본토에서는 사용 불가능하도록 하는 등 줄곧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자신들이 중국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라고 주장해 왔다. 2021년 싱가포르 출신 쇼우즈 추(周受資) CEO를 선임했고,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해 미국인 이용자 데이터를 텍사스에 있는 미국업체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버로 이전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아울러 틱톡은 사용자 데이터는 절대로 중국에 저장되지 않으며, 미국 내 사용자 데이터 저장을 위해 텍사스주에, 유럽 사용자 데이터 저장을 위해 유럽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정치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틱톡이 “트로이의 목마”라고 주장한다. 지금은 해가 없어 보이지만, 예를 들어 분쟁이 발생했을 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도 정부는 2020년부터 틱톡을 비롯한 중국 앱 수십 개의 자국 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틱톡 퇴출 명령은 틱톡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이같은 결정을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을 견제했을 때 분명히 드러났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 하원의 이날 결정에 대해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기업을 “의도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 하원의 틱톡 관련 법안은 “미국이 공정경쟁과 국제 경제, 무역 규칙과는 반대편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원에서 이날 초당적으로 통과된 틱톡 관련 법안은 상원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