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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3위원회, 북한인권결의안 19년 연속 채택...‘중국’ 언급 않은 채 ‘강제북송금지’ 촉구

유엔 고문방지협약 준수도 언급…표결 없이 컨센서스 형식 통과
EU 주도하고 한국은 공동제안국 참여…내달 유엔 총회 본회의 상정 예정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9년 연속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됐다.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통과시켰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은 제3위원회에서 지난 2005년 이후 19년 연속 채택됐다. 특히 어떤 국가도 표결을 신청하지 않아 다시 컨센서스로 통과됐다. 표결에 들어갈 경우 압도적 찬성으로 결의안만 더 부각될 것을 우려한 북한 등 반대 국가들이 투표를 신청하지 않아 2016년 이후 컨센서스로 채택되는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결의안 공동제안국은 이날 22개국이 추가로 동참하면서 62개국으로 늘어났다.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멕시코, 칠레,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들이 참여했다. 전시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도 참여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주도한 올해 결의안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며 북한 정권의 다양한 인권 침해를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사상 통제 강화에 대해 ‘절대적 독점(absolute monopoly)’이란 표현을 사용했으며,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에 대해 재고를 촉구했다. 또한 “모든 회원국이 근본적인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존중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 특히 (북한과의) 국경 간 이동이 재개된 점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며 탈북민 강제북송과 관련해 고문방지협약의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처음으로 강조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난민 지위와 관계없이 송환 시 고문 위협이 있을 경우 개인을 추방하거나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문방지협약이 결의안에 추가된 것은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규정하고 강제송환 금지대상으로 보호하지 않는 중국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988년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이다. 그러나 결의안에는 강제북송과 관련해 ‘중국’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결의안은 북한이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행위로 핵무기 등의 개발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문안과 함께 국군포로와 납치·억류자 문제도 추가됐다.

 

아울러 결의안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장은 지난 2014년부터 10년 연속 결의안에 포함됐다.

 

또한 정치범 수용소와 여성·아동·장애인 인권 침해 등을 열거하면서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결의안을 제출한 유럽연합(EU) 의장국 스페인은 이날 회의에서 “이 결의안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리의 깊은 우려를 반영한다”며 “안타깝게도 지난 1년 동안 북한 인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 대표는 이날 결의안 채택 전후로 행사한 발언권을 통해 권력 유지와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북한정권의 노동 착취 문제,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카라 아이리치 경제·사회 문제 담당 자문관은 “북한이 국경을 넘어 초국가적 탄압의 형태로 억압 정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착취와 재원 전용 문제를 지적했다.

 

아이리치 자문관은 “북한정권은 해외에 있는 북한주민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려는 노력 외에도 재외국민(파견 노동자)을 착취하여 이동의 자유가 없는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하루 18시간씩 일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들 노동자는 정권의 권력 유지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추구가 가능하도록 임금을 정권에 반환하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인권 침해와 북한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탈북민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어 고문,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와 처벌, 기타 심각한 인권 침해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국가는 강제송환금지 원칙(농르풀망)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도 발언권의 거의 절반을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할애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황 대사는 “우리 정부는 수백 명의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되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이 겪은 심각한 인권침해는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지난 수년간 많은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잘 기록돼 있다”고 했다.

 

황 대사는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하고 제3국 내 탈북민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대표단은 강제송환금지 원칙이 유엔 난민협약과 그 의정서뿐만 아니라 고문방지협약에도 명시된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한 황 대사는 “자국민의 생계를 노골적으로 외면한 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지 말고 인권 상황을 개선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며 “특히 북한정부가 나라 안팎의 강제노동과 같은 인권 침해를 통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재원을 전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라고 맹비난하며 북한에 인권 문제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대사는 “미국의 사주로 유럽연합이 매년 유포하는 반공화국 결의안 초안은 조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가족을 버리고 탈북한 ‘인간쓰레기’들의 날조된 증언으로 작성된 허위, 조작, 음모로 일관된 사기문서”라며 “미국과 유럽연합이 지적한 인권 침해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에는 절대 존재할 수 없으며 모든 인민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진정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대표도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선별적, 이중 기준, 대립을 부추기거나 다른 국가를 압박하거나 해당 국가의 동의 없이 국가별 인권 메커니즘을 설립하는 것을 정치화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북한을 두둔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