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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계서 커지는 북한 비핵화 비관론 “바이든 대북정책은 ‘실패’”

“사실상 핵 보유국 북한...러시아·중국 반대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도 불가능”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있게 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미국에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려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미북대화는 물론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북한 비핵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은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지난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현동 대사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논의가 과거보다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VOA는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 대사의 견해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북한의 계속되는 미북 대화 거부와 핵 개발로 인해 워싱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계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북한 비핵화 비관론이 확산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미북 간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100일이 되는 2021년 4월 30일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이를 위해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한다고 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했던 ‘일괄타결(Grand Bargain)’이나,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도 배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미북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며 대화를 거부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올 7월 담화를 내고 “현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적실한 방도는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 행사로 그들(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실무회담을 연 다음 비핵화를 추진하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이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둘째 요인은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된 것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013년 2월, 2016년 1월과 9월, 2017년 9월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또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숫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탄두는 30기, 조립 가능한 핵탄두 수는 최대 70기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보다 5기가 늘어난 숫자다.

 

또한 북한은 핵탄두 투발 수단도 다양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8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6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발사 횟수는 23회에 이르고, 3차례 수중 드론(핵어뢰) 발사도 시행했다. 또한 고체연료 사용 ICBM ‘화성-18형’과 신형 핵탄두 ‘화상-31’을 공개했으며, 9월에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9월 2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에 핵무력 강화 정책을 명기했다.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한 것은 현실이라며, 다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제정세로 대북 제재가 어려워지는 것도 북한 비핵화 비관론이 확산되는 또 다른 이유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쿠라이나를 침공하자 유엔은 특별총회를 열어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북한과 시리아, 벨라루스 등 5개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북한의 이 같은 외교적 ‘도박’은 두 달 뒤 결실을 거뒀다. 미국은 5월 26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며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했다. 그러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이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로써 북한은 더 이상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스나이더 국장은 VOA에 “유엔 안보리의 역할이 마비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상당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부터 컨테이너 1천여 개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김정은은 9월 13일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또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평양을 방문해 최선희 외무상과 김정은을 각각 만나고 “전제 조건 없이 한반도 안보 문제 논의를 위한 정기적인 협상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 정치권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VOA는 지적했다.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 상원의 한반도 안보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밋 롬니 상원의원은 북한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그동안 한 일은 효과가 없었다”며 “우리에게 북한과 관련해 일관된 전략이나 정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북한 수뇌부가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큰 관심을 갖고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고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40~50%라면 이를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있게 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VOA에 말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