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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및 기존사업 시정 권고

광주시 “정율성 기념사업 계속 추진”...보훈부 중단 권고 거부
화순군 능주초등학교, "동상과 벽화 등 철거하겠다" 밝혀...권고 후 첫 이행조치

 

국가보훈부는 11일 광주광역시 등 호남의 6개 지방자치단체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빠른 시일 내에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시정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정율성은 북한과 중공 군가의 작곡자이자 북한 인민군 장교로 6.25 전쟁에서 남침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가 정율성 기념 역사공원 사업과 관련해 6개 지자체에 공식적인 사업 중단과 철거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서울보훈지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 사기를 북돋운 군가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자 남침에 직접 참여한 적군으로 대한민국이 기릴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국민 세금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인하고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에 쓰는 것”이라며 사유를 밝혔다.

 

보훈부가 시정권고조치를 내린 6개 지자체는 광주시, 광주시 남구·동구, 전남 화순군·교육청·화순교육지원청 등이다. 현재 광주광역시에는 ‘정율성로(도로명)’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이 조성돼 정율성 흉상과 동판 조각상 등이 설치됐다. 또한 광주시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과 ‘정율성 전시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전라남도 화순군에는 정율성 고향집(전시관)을 비롯해 능주초교에 정율성 흉상과 벽화 등 기념시설이 있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대한민국헌법 제1조,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는게 보훈부 측 판단이다. 이에 보훈부는 지방자치법 제184조를 근거로 광주광역시 등에 이를 즉각 중단하고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박 장관은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군가로 쓰였고, 정율성은 적군으로 남침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데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율성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것은 순국선열, 호국영령 및 민주화 영령뿐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도 용납되기 어렵고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보훈부는 또한 ‘정율성’이 독립유공자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2018년 국가보훈부에서 정율성에 대한 독립유공자 공적을 심사한 결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6·25전쟁 당시 적군으로 남침해 서울까지 내려온 행적이 있는 등 북한 정권 지지로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정율성 기념사업’은 국민 상식에 반한다는게 보훈부의 주장이다. ‘정율성 기념사업’과 관련해 국가유공자와 유족 등 보훈단체뿐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 국민들과 광주 시민도 반대하고 있다.

 

보훈부는 6개 지자체가 시정권고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라 강제성을 가진 시정명령을 즉각 발동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국가의 품격은 누구를 기억하고 기념하는가에 달려 있다.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던 호국영령과 참전 영웅들이 아닌, 적군의 사기를 북돋웠던 나팔수이자 응원 대장을 기리는 것을 우리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훈부는 앞으로도 국가유공자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폄훼하거나 이에 반하는 인물을 기리는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이날 오전부터 내부 회의를 진행하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이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장관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을 수 있지만,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되어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율성 생가 터 복원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하여 지혜롭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 회순군 능주초등학교는 이날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 중국 ‘팔로군 행진곡’ 등을 작곡한 정율성의 동상, 벽화등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서재숙 능주초 교장은 “8월 말쯤 화순교육청에 철거 및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고 행정절차에 의해 철거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답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