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수 언론이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불명의 글을 소재로 마치 이것이 대단한 사회 문제인 것처럼 포장해 기사를 작성했다. 과연 이것이 언론사로서 가져야 할 정론의 자세가 맞는가란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동아일보·KBS 등 메이저 언론사들을 비롯한 다수 언론사들의 사회면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요새 아이 부모들 너무 멍청하다'는 제목의 글을 주제로 한 기사들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우천 시 OO로 장소 변경이라고 공지하면 '우천 시에 있는 OO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묻는 분도 있다"며 요즘 학부모들의 문해력을 문제 삼았다.
이를 기사화한 언론들은 "소풍 가서 중식 제공한다니까 '우리 애는 한식으로 해 주세요' 하는 부모도 있다" "'금일'이 '금요일'인 줄 아는 부모도 있다"며 "'구두 경고'라는 표현을 구두 신고 발로 찬다고 이해한 대학생도 있더라" 등, 이 글에 동조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을 인용해 소개했다.
이들 언론이 기사의 소재로 삼은 글은 출처가 불명이다. 글을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은 자신을 어린이집 교사라고 밝혔는데, '우천시'란 한자어의 뜻을 모르는 학부모를 노골적으로 조롱한 격이 된다. 게다가 실제 그가 어린이집 교사인지도 확인되지 않으며 그런 일이 정말 발생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다수 언론이 이 글만을 근거로 학부모들의 문해력이 크게 떨어지는 양 문제를 삼은 것이다.
자신을 우천면 거주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에서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중 몇몇이 우천 시를 도시로 알았다 한들 그게 무슨 뉴스가 되나”라며 “해당 기사를 보면 취재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글을 가져와 기사를 쓴 것이다. 이는 기사라 할 수 없는 선동 글이다”고 비판했다.
또 이 글에 달린 댓글 중엔 “남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이런 조롱은 옳지 않다” “무식한게 죄는 아니지 않느냐”라는 반응도 있었다.
한편 본인을 9년 차 어린이집 교사라고 소개한 글의 작성자는 "저도 그렇게 똑똑하고 학벌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데다 고집은 세지고 말은 더 안 통한다"고 했다.
이어 "보통 'OO를 금합니다'라고 하면 당연히 금지한다는 뜻이지 않냐"며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은 '금'이 좋은 건 줄 알고 '가장 좋다'는 뜻으로 알아듣는다"고 사례를 들었다. 작성자는 "우천 시 OO로 장소 변경이라고 공지하면 '우천 시에 있는 OO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묻는 분도 있다"며 "섭취·급여·일괄 같은 말조차 뜻을 모르고 연락해서 묻는 분들이 예전에는 없었는데 요새는 비율이 꽤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단어뿐만 아니라, 말의 맥락도 파악을 잘 못 한다. 'OO 해도 되지만,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라고 했더니 '그래서 해도 되냐, 안 되냐?'라고 문의한 학부모가 네 명이었다"면서 "최대한 쉬운 말로 풀어내서 공지해도 가끔 이런다"고 덧붙였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