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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뉴스 분석] ‘가짜뉴스’ 원조격 설훈 의원의 탈당

16대 대선서 이회창 후보 겨냥한 허위사실 유포로 실형 받아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28일 탈당을 선언했다. 설 의원은 이날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 “그저 자신이 교도소를 어떻게 해야 가지 않을까만을 생각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민주당을 세우고 민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지난 40여년 동안 민주당이 버텨왔던 원동력은, 그리고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했던 이유는 바로 민주당의 민주화가 제대로 작동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민주적’이라고 주장한 설 의원은 과거 대선을 앞두고 각종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상 ‘가짜뉴스’ 원조격에 해당한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던 설 의원은 그해 4월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허위 폭로를 했다.

 

설 의원은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가 2001년 12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측근인 윤여준 의원 자택에서 윤 의원에게 20만 달러를 전달했고, 이 총재는 윤 의원을 통해 이를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20만 달러 수수 의혹’을 터뜨린 것이다.

 

설 의원은 또 “이 총재의 부인 한인옥 씨가 최규선 씨를 3, 4차례 만났고, 아들인 정연 씨는 최 씨에게서 용돈을 받거나 e메일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20만 달러를 입증할 증인과 녹음 테이프도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윤 의원은 설 의원의 주장이 ‘허위’라고 강력 반발하며 일주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설 의원은 핵심 물증인 녹음 테이프 확보에 실패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받은 제보라고 털어놓았다.

 

수사 결과 설 의원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선 승패는 이미 판가름이 난 뒤였다. 이회창 후보는 또 다른 ‘가짜뉴스’였던 장남의 병역 비리 의혹과 함께 지지율이 하락하며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다.

 

설 의원은 16대 대선이 끝난 뒤인 2005년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10년 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또한 법원은 정신적 손해배상과 관련된 민사재판에서 한나라당에 8000만 원, 윤 전 의원에게 2000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2월 설 의원을 특별사면·복권시켰다. 설 의원은 곧이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경선 상황실장을 맡는 등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설 의원은 ‘이회창 후보 20만 달러 수수 의혹’을 폭로하기 한 달 전인 2002년 3월 ‘이회창 빌라 게이트’를 폭로했다. 당시 설 의원은 “이회창 총재가 2년 사용료가 2억원이 넘는 서울 가회동의 105평짜리 호화 빌라 2채를 월세로 얻어 장남 가족과 거주하고 있다”며 비자금 유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또한 거짓말이었다. 2003년 4월 검찰은 설 의원이 주장했던 가회동 빌라의 비자금 유입설은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이 부산대 법대 교수 시절에 출간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가>라는 책에서 정 부위원장은 설 의원이 주장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측근의 20만 달러 수수설’을 2002년 대통령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던 3대 허위 폭로 사건 중 하나로 꼽았다.

 

정 부위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국회의원이 직접 허위 사실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공론화를 시도한 경우”라며 “의원 자체가 주는 공적 신뢰와 설 의원 개인의 정치 경력에서 나오는 사적 신뢰가 ‘폭로 내용은 진실’이라는 담보 역할을 해 폭발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검찰이 개인적 법익 침해에 대한 명예훼손죄와 국가적 법익 침해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모두를 적용한 조치는 적정한 기소로 평가된다”면서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2002년 4월 20일 고소된 사건을 10개월이나 지연 처리한 점 △설 전 의원이 정보를 무리하게 공개한 이유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당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설 의원의 주장을 모두 허위로 결론내리고도 그를 불구속 기소해 정권 유력 인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검찰은 2003년 3월 김 전 비서관이 미국으로 도주한 이후 소재 불명을 사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