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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군사대화 재개·펜타닐 단속 합의

대만·수출통제는 이견...시진핑 "수년간 대만 침공 계획 없어"…바이든 "대만 선거 절차 존중해야"
바이든 "미군에 맞설 기술 제공 안해"…시진핑 "수출통제로 中발전 억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 카운티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회담을 가진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여태 가졌던 논의 중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몇 가지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중 군사 소통 채널 복원, 수출 통제 등 경제 사안, 펜타닐 확산 차단, 책임 있는 인공지능(AI) 개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미중 정상은 양국 관계 경색으로 그동안 단절됐던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번 만남은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지 1년 만에 열린 두 번째 대면 회담이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첫째 수년간 보류되었던 미국과 중국 간의 마약 대응 협력을 재개한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2019년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운송되는 펜타닐의 양을 크게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 이후 1년 동안 펜타닐 완성품이나 화학 성분 및 알약 형태로 통제 없이 (미 본토로) 배송돼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번째 성과로 양국 간 군 대화 소통 재개를 꼽았다. 미국 측은 미중 간 경쟁이 우발적인 무력 충돌 등으로 번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미중 군 소통은 양국 관계의 긴장 고조와 함께 점차 줄어들다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거의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공역에서 위협적 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오판을 막기 위한 군 소통 채널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보았다. 바이든은 ”어느 한쪽의 오산으로 인해 사고가 직접적으로 발생하면 중국이나 다른 주요 국가와 같은 국가에 실제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미중 양국은 중국이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장관과 만나기로 하는 등 군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회담 결과 자료에서 발표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문가들과 함께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위험 및 안전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 두 정상은 AI의 위험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아직 이와 관련한 어떤 합의를 발표할 준비는 되지 않았으며 더 논의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나는 러시아의 전쟁 중단 거부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등 다양한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항상 그래왔듯 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 즉 중국의 인권과 남중국해에서의 문제도 제기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사안과 관련해 ”합의는 없었다“고 했다.

 

두 정상은 4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긍정적인 태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이 수년간은 대만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대만과 평화 통일을 선호한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고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면서 중국이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의 핵전력과 관련해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중국은 핵전력 확충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등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일방적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출통제 등의 경제 조치는 앞으로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 간 경제 경쟁의 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서, 중국이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게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