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관심이 불의를 키운다. 어두운 곳으로 손을 뻗어 달라."
통일부 북한인권홍보대사인 배우 유지태 씨가 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통일부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등이 공동 주최한 ‘2024 북한인권국제대화’에 참석해 6분가량 영어로 연설했다. 유 씨는 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눈을 감지 말고, 등을 돌리지 말고, 행동해달라”며 “나는 우리의 행동이 그들의 나라(북한 정부)에 의해 무시되어온 북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상처를 치유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 씨는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자신을 종종 발견한다”며 “불의를 키우는 것은 불의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들의 무관심이다. 이 세상에 부정의가 있다면 그곳으로 몸을 돌려서 행동하고, 여러분들이 어두운 곳으로 손을 뻗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홍보대사에 위촉되던 자리에서도 “한국 사람이라면 북한 인권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인권 문제를 적극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노력할 것”이라 한 바 있다.
유 씨는 또 “북한 인권 문제는 그것이 북한에 관한 것이란 이유로 종종 특정한 색깔로 칠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가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북한 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포착하고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 주민의 보편적 인권 개선을 유도하자는 북한 인권 문제가 보수·진보를 가르는 정치 문제가 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국은 이 문제의 핵심 당사국이지만 북한인권법이 미국보다 12년, 일본보다 10년 늦은 2016년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남북 인권 대화, 인도적 지원 등 연구·정책을 개발하는 북한인권재단은 20대 총선 이래 제1당의 위치를 점유한 민주당이 “북한 정권을 자극해 북한 주민에게 해가 된다”는 주장을 근거로 반대하고, 여야가 이사 선임을 놓고 대립하면서 8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유 씨의 연설은 6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 씨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23일(현지 시각)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행사에도 참석해 북한 인권에 관한 연설할 예정이다.
한편, 김 장관은 개회사에서 “탈북민들은 자유와 인권의 상징”이라며 “미국의 초기 이민자들처럼 자신의 자유와 인권을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 땅에서 탈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와 인권을 향한 3만4000명의 목숨을 건 용기는 폐쇄된 북한 땅에서 북한 주민이 겪는 고통과 인권 침해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생생한 목소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 “통일부는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흔들림 없는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꿈꾸고 자신들의 열망을 이룰 수 있는 그날까지 미국과 국제사회가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내 달라”고 말했다.
유 씨는 지난해 북한이탈주민을 주제로 한 웹툰 ‘안까이’(아내 또는 내 여자라는 뜻의 함경도 방언)를 제작하는 등 북한 인권 관련 활동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오던 중 지난달 통일부 북한인권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그는 21일 미국 고위 관리들과 통일‧대북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출장길에 동행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