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생성한 가짜 뉴스가 단순한 정치적 선동을 넘어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사례들은 가짜 뉴스가 더 이상 ‘해프닝’이 아닌, 국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경제 테러’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특정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기술 개발에 관한 허위 속보다. 실제 지난 2021년 과거 한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수 지시’라는 가짜 속보 한 줄에 상한가로 직행했다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며 순식간에 폭락해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본 바 있다.
2026년 현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이 동원된다. 유명 기업 총수가 직접 발표하는 듯한 정교한 가짜 영상이나 음성을 만들어 배포하면, 알고리즘 매매 시스템이 이를 실시간 뉴스로 인식해 즉각적인 투매나 매수를 일으킨다.
◇ 연간 30조 원 규모의 ‘보이지 않는 비용’
현대경제연구원 등 주요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가짜 뉴스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은 약 30조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허위 정보로 인한 주가 변동성 증대 및 시가총액 증발, 가짜 악재 뉴스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 및 영업 피해와 같은 기업 신뢰도 하락, 가짜 뉴스를 판별하고 단속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행정·사법적 자산 낭비 등이 포함된다.
◇ "신뢰가 무너진 시장은 작동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가짜 경제뉴스가 초래하는 가장 큰 사회경제적 위협으로 ‘정보에 대한 불신’을 꼽는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6년까지 인류를 위협할 가장 큰 단기 리스크로 ‘AI 기반 가짜정보 확산’을 선정했다. 시장에 가짜 뉴스가 범람하면 투자자들은 진짜 호재조차 의심하게 되고, 이는 결국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마비시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한 과거의 주가 조작과 달리, 이제는 정보 자체를 위조하는 시대”라며 “개별 투자자의 주의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의 책임 강화와 강력한 법적 처벌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짜 뉴스는 사람의 '탐욕'과 '공포'를 먹고 자란다”며 “‘나만 모르는 특급 정보’라는 유혹에 빠지기 전, 출처가 불분명한 텔레그램 속보나 자극적인 유튜브 썸네일을 한 번 더 의심해보는 신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송원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