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SNS에서 맹공한데다 정상회담에서는 ”특검이 정신 이상자(deranged) 잭 스미스 아니냐” “미국에서 데려간 것 아니냐”는 등 특검에 대해 칼날 선 발언을 쏟아낸 트럼프와 그나마 큰 무리 없이 한미정상회담을 마무리 한 데는 우리 기업의 공로가 컸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2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지원 사격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 등 경제인 16명 이상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대미투자 규모가 큰 반도체·자동차·배터리부터 에너지·K컬처·바이오·광물까지 전방위적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 지난 1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던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풍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동행했다. 여기에 더해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참여했다.
지난달 말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수석부회장의 조선업 협력 방안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최근 테슬라·애플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맺은 삼성전자는 미 현지 생산거점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총 370억 달러(약 51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상태인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증설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고,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동차·철강 등 분야에 2028년까지 총 210억 달러(약 29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오하이오·테네시 주에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등 4대 그룹 모두 대미 투자 규모가 작지 않다.
에너지·K컬처·바이오·핵심광물 등의 산업을 이끄는 총수들이 사절단에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GS칼텍스와 GS EPS는 그동안 미국산 원유와 LNG를 구매해 왔고, 향후 미국산 LNG 추가 구입을 검토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이 미국 보잉·GE에어로스페이스와 327억 달러(약 45조원) 규모의 항공기·엔진 구매 계약을 맺었고, 박지원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이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하며 대미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CJ그룹은 제일제당·푸드빌·CGV 등 5개 계열사의 누적 대미 투자가 8조원에 달한다. CJ푸드빌은 연말 조지아 공장을 준공하며 현지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구자은 회장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및 소재 사업·LS일렉트릭의 전력기기 사업 등에 걸쳐 올해부터 2030년까지 미국에 30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최윤범 회장은 미국 내 제련소 투자를 검토하는 등 핵심광물 공급망 동맹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와 전문 경영인 16명으로 구성된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이 25일(현지시간)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사절단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했다. 미국 측에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 회장, 스테퍼니 포프 보잉 CEO,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부문 사장을 비롯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위산업, 금융 등을 대표하는 기업인 21명이 참석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한·미 기업인은 첨단산업(반도체, AI, 바이오), 전략산업(조선, 원자력발전, 방위산업), 공급망(자동차, 배터리) 분야로 나눠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한·미 협력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경제사절단은 총 1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한·미 경제·기술 동맹’을 굳건히 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재용 회장은 2030년까지 370억달러를 투자하는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구축에 더해 추가 설비 투자, 미국 반도체기업과의 협력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서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거물이 대거 참석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그렇게 나온 게 한국 기업의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 산업계에선 대규모 투자 계획이 양국 기술·경제 동맹 강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1500억 달러가 기존의 3500억 달러에 포함되는 것인지 추가로 1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인지가 분명치가 않다는 논란도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보면 앞서 이미 밝힌 바 있는 투자계획들이 대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백악관을 방문해 공개한 210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구체화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등 미래 산업과 에너지 관련 투자도 검토 중이다. 구광모 회장은 배터리, 가전 등 주력 사업과 관련한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양대 축인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과 HD현대의 정기선 수석부회장도 현지 기업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는 이날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를 보유한 미국계 사모펀드(PEF) 서버러스 및 산업은행과 마스가 관련 첫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구자은 회장은 해저케이블, 전력기기 등을 포함한 30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고, 최윤범 회장은 희토류의 일종인 안티모니를 록히드마틴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미 밝힌 바 있는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모두 합하면 삼성전자 370억 달러, SK 38.7억 달러, 현대차 210억 달러, 대한항공 327억 달러, CJ 60억 달러, LS전선 30억 달러, 그리고 GS칼텍스 원유와 LNG, 셀트리온 투자, 두산에너빌리티 SMR 투자 등 합해 1035.7억 달러+α 규모다. 3500억 달러 투자 중 조선업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 중 이미 1035.7억 달러는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밝힌 것이다. 나머지 약 1000억 달러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한국의 경제규모를 고려해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몇 년의 연차 계획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외채는 외채가 2025년 1분기말 6834억 달러다. 반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4102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보증하거나 대출한 3500억 달러가 정책의 실패로 외채로 귀결되면 한국은 외환위기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투자하기로 한 1035억 달러도 반드시 성공하도록 지원해야 하고 나머지 약 1000억 달러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한국의 경제규모를 고려해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몇 년의 연차 계획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다. 보도된 바를 보면 정부나 대통령실도 아직 이런 계획이 없는 듯하여 안타깝다.
지난달 30일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 타결 때 백악관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차 부품 포함) 관세는 15%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반도체·의약품 관세 부과 땐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최혜국대우를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국이 이를 명문화하자고 해도 미국은 명문화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은 배경 중 하나도 이 대목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간) 한·미 통상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정상회담 전후 한국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미국 정부는 관세협상 결과를 명문화하는 데 쉽게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일단 한국에 15% 상호관세나 최혜국 관세율 중 하나를 적용하는 데는 합의를 이뤘지만 품목 관세를 그 대상에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 이견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명문화를 미루면서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해석은 한국을 압박할 카드가 사라지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선 명문화를 늦추면서 한국의 투자 약속 등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액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선 양국 간 시각차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워싱턴DC에서 기자단과 만나 “조선, 에너지, 핵심광물,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등 전략 산업 강화를 지원하는 데 금융 패키지를 활용하기로 했다”며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로 금융 패키지 조성과 운영을 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지분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대출이나 보증 등의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를 조선업 전용으로 쓰자는 구상에 대해서도 미국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CNBC 방송에 출연해 “한국과 일본 등의 자금으로” “국가경제안보기금”을 창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조선업 전용 1500억달러 등의 명문화에 부정적인 배경으로 추정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돈을 쓰는 데 방해가 될까 우려한 셈이다. 이는 한국이나 일본으로서는 말이 안되는 얘기다. 앞서 살펴본 대로 한국으로서는 조선업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 중 이미 기업들이 투자하기로 한 1035.7억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약 1000억 달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판에 3500억 달러 또는 조선업투자를 제외한 2500억 달러를 일본의 5500억 달러와 합해 “국가경제안보기금”을 창설하겠다고 하는 주장은 현대국가에서는 어불성설 주장이다.
대략 이 규모는 지난 트럼프 1기 이후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대해 달성한 무역흑자를 모두 미국에 내놓으라는 억지주장이다. 지난 8년간 대미흑자규모가 일본은 5285억 달러, 한국은 2765억 달러다. 그래서 일본에 대해서는 5500억 달러를 내놓으라는 것이고 한국에 대해서는 3500억 달러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맹방이라고 하는 국가들에 대해서. 아무리 시장규모가 큰 대미협상이라지만 이런 억지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한다. 한국도 조선업 등 지렛대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미국은 미국측 입장은 문서화를 거부하고 한국과 일본의 돈 부담분만 문서화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미 투자 패키지에 구체적 실행 방안까지 합의하는 데는 아직 첩첩산중 과제가 남아 있다. 관세 협상 직후 미국 측은 “대미 투자에서 발생한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재투자 개념”이라고 설명하는 등 이견이 남아있는 분야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가 3500억 달러 투자를 두고 SNS에서 미국이 선택하고 소유하고 콘트롤한다고 한 부분이나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고 한 부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남은 타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대미 투자 패키지 중 1500억 달러(약 207조8000억원) 규모인 마스가 프로젝트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협상 이후 양측은 조선업 투자 방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왔다. 세부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추가로 인수해 운영 ▶현지에 조선소를 신설 ▶한국 조선소에서 미국의 함정이나 상선을 만들어 공급 ▶미국에서 조선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MASGA를 언급했다. 그는 “알다시피 우리는 (한국과) 선박 계약 체결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산 선박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은 선박을 매우 잘 제작한다”며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조선소를 설립해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에도 한국 기업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시기 거의 매일 한 척의 선박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조선소가) 한가로운 상황”이라며 “조만간 한국 기업들이 들어와 이 나라에서 우리 노동자를 고용해 많은 선박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며 “미국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얻길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 당시 한국 정부가 제시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말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조선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 과정에도 대한민국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 분야에서 미국의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도 대한민국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한·미 간 원전 협력도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원전 전력용량을 현재 약 100GW에서 2050년까지 4배 수준인 400GW로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미국 측은 협상 과정에서 자국 내 원전 확대 계획을 소개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약 300기 원자로 건설분이다. 한국으서도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원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 사장도 정상회담에 맞춰 이미 미국을 방문해 웨스팅하우스를 포함한 미국 원자력 관련 기업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관세 협상에서 민감 쟁점이던 농축산물·디지털 등 분야의 비관세 장벽 이슈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22일 ‘쌀 시장 개방 확대’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 등 농축산물 문제에 대해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것은 맞고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기본 입장에 따라 대처 중”이라고 했다. 관세 협상에서 농산물 분야를 놓고 미국 측은 ‘한국이 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고 했지만, 한국 정부는 ‘쌀·소고기 시장을 지켜냈다’고 주장하면서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지난달 관세 합의 때 의제에서 빠진 온라인플랫폼법, 고정밀 국내 지도 반출 허용에 관한 문제도 미국 측의 관철 의지가 강해 재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부분은 회담이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미국의 IT기업에 대해 규제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 군사 장비의 큰 구매국가”라면서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군사 장비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B-2 폭격기를 언급하면서 “최근 작전에서 왕복 36시간을 비행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며 “한국이 이렇게 뛰어난 군사장비를 구매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이란-이스라엘 분쟁에서 B-2 폭격기가 미국 본토에서 출격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한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B-2 스텔스 폭격기는 미군 최고 수준의 전략자산으로 어떤 나라에도 직접 판매한 적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미국산 무기 구매를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제조업 외에 한·미 무역협정에서 초점을 맞출 산업 분야는 무엇이냐는 기자 질문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과 JV를 만드는 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관세협상 국면에서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요구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석유와 가스, 석탄이 많다”며 “한국도 알래스카 석유 등 미국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과 한국을 (잠재고객으로) 가지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엔 아주 (딜 성사에) 가까이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은 서로가 필요하고, (미국은) 한국의 배와 제품을 사랑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제조업 분야가 중심이 된 양국의 협력과 첨단 기술, 핵심 광물 관련 경제 안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즉답을 피하면서 주한미군 주둔 기지의 소유권을 미국에 넘길 것을 요청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만약 주한미군 주둔 기지의 소유권을 미국으로 넘어 갈 경우에는 한국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될 전망이다. ‘B-2 폭격기’의 우수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우수한 무기를 구매해 가길 원한다”는 의사도 밝혔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해선 “일본처럼 한국과도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MASGA는 이미 언급됐던 한·미 협력 의제지만 무기 구매와 알래스카 합작사 설립 등은 새로운 청구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협상에서 구두 합의를 했기 때문에 이를 문서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데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농산물 등에 대해 지난 합의와 다른 돌발적인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24일 “미국의 압박 수위가 예상보다 매우 거세다. 정상회담에서 대미 투자와 관련해 확실한 걸 받아내겠다는 게 미국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이 한때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를 협상력 제고 수단으로 삼으려는 기류도 감지됐다고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건 지난달 30일 관세 협상 타결 시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와 관련한 내용을 정상회담 결과물을 통해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또다른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문서화를 할지, 한다면 어떤 내용까지 담을지가 막판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관세 협상 타결 직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합의에 따라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투자 프로젝트에 3500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라며 “프로젝트는 대통령인 내가 직접 선정할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의 요구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정부는 3500억 달러에 대해 한·미 조선 협력 펀드 1500억 달러, 조선업 외에 반도체와 원전, 2차 전지, 바이오 등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 2000억 달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30일 김용범 실장은 “투자는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이라며 “직접 투자는 비율이 매주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액 5500억 달러 중 출자는 1~2% 수준에 불과하고 대출과 보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형 모델’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며, 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다른 인식을 밝혔다. 미국이 3500억 달러의 구체적인 조달 시기와 방법, 수익에 대한 해석 등을 정상회담 결과물에 명문화하기를 바란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실제 당시 관세 유예 시점이 임박해 급히 협상을 타결하면서 1500억 달러 외에 세부 투자처와 투자 방식 등은 합의되지 않았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라는 형식을 택한 게 정상회담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처럼 불분명한 요소를 안고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건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훨씬 불리한 상황이 됐다.
다만 관세 합의 시 미 측이 약속한 관세와 관련한 행정조치는 아직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투자를 정상 간 합의로 명문화할 경우 한국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추가 투자와 관련한 미 측의 압박도 거세다고 한다. 트럼프는 관세 협상 타결 직후 3500억 달러 투자 및 10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외에도 한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총액은 이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에 올 때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역시 당시 한국 측 발표에는 없던 내용이다.
동맹의 현대화 등 안보 사안도 양측 간 의견 차를 보이는 의제가 될 수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의) 핵심 관심사는 이른바 (방위비) '분담'(burden sharing) 문제이며, 한국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자신이 ‘페이스 메이커’가 돼 지원할 테니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돼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저의 관여로는 남북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태인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할 것 같다”며 “만남을 시도할 것이고, 북한에 대해 큰 진전을 (한국과) 함께 이뤄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뒤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어 (만남 시점을) 말하기 어렵지만,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제기됐다.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미국이 원하는 바가 분명히 드러났다.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조 장관이 ‘집단적 방위 부담 분담’(collective burden sharing) 확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비 증액 압박, 대중 견제 동참 요구까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은 빠지고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성”과 “성공적 회담 당부” 등이 부각돼 온도 차를 보였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개시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국은 지난 2015년 개정된 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를 얻어 20% 미만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할 수 없다.
이번 한미협상은 명문화하기 전에 도저히 감내하기 힘든 불리한 부분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잘못 질질 끌려가다가는 한국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우려도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거부할 것은 거부하고 약속해 줄 것은 한국경제의 능력 범위 내에서 또 기업들의 감내 수준에서 약속해 주면서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해 나가기 바란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