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배드뱅크 설립과 교육세 인상에 이어 첨단산업 정책펀드 재원에 대해 금융회사에 출연을 압박하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금융회사도 사기업이기에 정부가 사금고처럼 대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도 은행권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11일 <배드뱅크-정책 펀드-교육세… 금융회사가 정부 ‘私금고’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금융회사의 수익성에 부담되는 요구를 쏟아내면서 ‘코스피 5,000’ 공약에 맞춘 주주 배당 확대까지 바라는 건 이율배반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당장 하반기에 4대 금융지주사가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에 쓰려던 금액이 당초 3조 9000억 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융회사 경영진이 아무런 반대 없이 정부의 요청을 순순히 따랐다간 개정된 상법에 따라 주주 소송을 당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엄연히 사기업인 금융회사의 돈을 정부가 무절제하게 끌어 쓰다가 재무 건전성이 나빠질 경우 그 피해는 예금자 등 금융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면서 “금융회사를 아무 때나 활용할 수 있는 사(私)금고처럼 대하는 정부의 행태는 자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또한 이날 <금융사들, ‘배드뱅크 설립+교육세 인상+첨단산업펀드 출연’ 3중고>라는 기사에서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 상반기(1∼6월)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정책들이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재원을 이곳저곳에 투입하면서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고충이 크다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금융권이 납부하고 있는 교육세는 약 2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1조 3000억 원을 추가로 납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전략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150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인데, 상당 부분을 금융권 자금으로 충당할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사설은 “올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은 10조 3254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였다”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이자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됐지만, 은행들은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금리를 덜 내리고 비이자 수익 부문을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상생금융·교육세 2배 인상에…울상인 제2금융권, 보험사>라는 기사를 통해 “금융권 정부의 ‘상생’ 압박이 커지면서 은행권과 보험·카드·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보험업권은 손해보험 5개사와 생명보험 6개사 기준으로 3500억원가량을 교육세로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실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대부업계에서 배드뱅크의 채권 매입가를 두고 이견을 내는 등 구체적인 재원 분담금과 채권 매입가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