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하루 앞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산업 협력, 북핵 공조,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문제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미 정상이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는 28분여에 달해 상당히 많은 주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은 한 대행이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뉴시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적이 있지만, 취임 이후 한국 정상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한국은 미국 시간으로 오는 9일 오전 0시1분(한국 9일 오후 1시1분)부터 25% 추가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한 대행은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미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총리실은 그러면서 양측이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장관급에서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전했다.

한 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엄청나고 지속불가능한 (대미무역) 흑자, 관세, 조선, 대규모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투자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보호에 대한 비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 문제를 언급하면서 "제 첫 임기동안 한국은 군사비용을 수십억달러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래를 종료했다"며 "그것은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쨌든 우리는 양국 모두를 위한 거래가 될 수 있는 여건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며 "그들의 최고 협상팀이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 있고, 상황은 좋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역과 관세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주제들도 함께 꺼내 협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인 절차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우선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여러 고위관계자들을 통해 전해졌다.
한미는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앞세워 구체적인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양측은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확인하고, 최대 현안인 관세 문제 등에 있어서 긴밀히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통화는 우리 국내상황과 무관하게 한미 양국이 계속 동맹 발전과 번영을 위해 변함없이 노력할 것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