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헌법은 국민의 것이다

  • 등록 2025.03.11 1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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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에 면죄부, 헌법재판관 임명에 여야 합의 무시, 탄핵심판 불공정성 등
국민 신뢰 잃은 헌법재판소로 인해 우리 체제의 민주적 정당성 무너져 간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들이 상식적이지 않다. 국민은 헌법재판관들이 법리를 잘 알고, 헌법을 잘 해석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헌법재판관의 판결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헌재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헌재를 믿지 않는다면,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절차의 민주적 정당성은 무너진다.


과거 가톨릭 교회는 라틴어 성경만을 인정하고 라틴어를 아는 일부 성직자들이 성경을 해석하는 권한을 누렸다. 교황은 성격을 해석하고 교리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졌다. 가톨릭 교회가 자신들이 해석한 교리를 통해 사람들을 파문하고 속죄함으로써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됐다. 이와 같은 절대 권력을 누렸던 교회는 부패하고, 부패에 반대하는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이후 쉬운 말로 성경을 번역하고 누구나 성경을 읽고 하나님 말씀을 통해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은 누구나 읽을 수 있다. 헌법과 법률은 법학자나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사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국민도 헌법과 법률에 쓰인 조항들의 의미를 이해한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판결도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법을 집행한다면, 그러한 법 집행은 폭력에 불과하다. 지금 헌법재판소가 판결이 아니라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헌법 제111조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헌재를 구성하는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다만, 9명의 재판관 중에서 3인은 국회가 선출하는 자를 임명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이것은 제114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과는 다르게 정의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권이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 제114조와 다르게 기술돼 있는 헌법 제111조는 국회와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의 구성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재판관에 대한 강력한 추천권이 있다는 규정이다.

 

여기서 문제는 국회가 선출하는 자를 무조건 임명해야 하는지, 아니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느냐이다. 당연히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가 다시 추천하면 되고, 이렇게 재의하여 추천된 재판관을 임명하면 헌법 규정과 배치되지 않는다. 사실 특정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 국회의 선출은 정치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임명권자가 국회 구성원의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부합한다.


과거 ‘날치기 통과’라는 언론의 용어가 있었다. 다수를 가진 정당의 일방적 의결을 말한다. 이번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할 때, 날치기 통과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헌재가 이것을 용인한다면, 다음에는 국회가 다수결로 특정 정당이 추천한 3인 모두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헌재가 헌재의 정치화를 용인하는 꼴이 됐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헌재의 판결은 위법한 판결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기관으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번 판결은 감사에 관한 판결이다. 헌법에 의해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과 세출, 그리고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 감사의 권한을 가진다. 다만, 감사원법 제24조에 의해서 국회, 법원 및 헌재에 소속한 공무원들에 대한 직무감찰을 제외할 뿐이다. 헌재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직무감찰을 배제한 것은 제24조를 위반했다. 헌재가 제24조를 예시적 문구로 해석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탄핵사건에 대한 헌재의 태도는 공정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위법한 측면이 강하다. 국민의 분노도 헌재로 향하고 있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의결되는 순간 피청구인의 업무가 정지된다. 국회의 과반 의석을 가진 특정 정당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공무원을 탄핵하는 탄핵소추안을 의결해도 특정 공무원의 업무는 정지되고 그 자체로 돌이킬 수 없는 국정 마비가 온다. 헌재를 이러한 사정을 이해하고 탄핵소추안의 요건을 엄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헌재는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기 위해 충분하게 탄핵의 사유와 증거를 국회에서 논의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헌재는 또한 특정 정당이 충분한 증거도 없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했을 경우 즉시 각하해 헌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


헌법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헌법 정신에 맞추어 만든 법률들이 헌법을 수호한다.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헌법을 위반하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탄핵심판의 경우, 헌재법 제40조에 의해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게 되어 있다.


탄핵심판의 경우 법률 위반의 경우에도 심각한 법률 위반할 경우에만 탄핵한다는 판결도 있다. 엄격한 형사소송의 절차가 준용되어야 하고 증거에 의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탄핵심판이 진행돼야 한다.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와 같은 판결은 매우 주관적 판단이고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없다. 지금 헌재의 수많은 언행과 위법한 진행, 그리고 불합리한 판결들은 국민의 분노를 낳고 있다. 결과를 떠나 지금까지 헌재가 저지른 위법 행위도 도를 넘었다. 헌법은 국민의 것이다. 헌재가 더 이상 헌법을 농단하지 말아야 한다. ‘벌거숭이 임금님’이란 우화에서 나오는 임금님과 헌법재판관들이 다를 바 없다. 헌법재판관들이 부끄러움을 알고 자진하여 사퇴하길 바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관리자 기자 meadowurc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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