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가 핵심 쟁점인 가운데, 그와 같은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였던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있다. 당초 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준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을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서 메모했다고 했는데, 당시 홍 전 차장은 원장 관사가 아닌 본인의 사무실에 있었다는 믿을 만한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조태용 국정원장은 계엄 당일 밤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해당 메모를 썼다는 홍 전 차장의 진술에 대해 "CCTV 확인 결과 그 시각에 홍 전 차장은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진술에 대해 "신뢰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못박았다.
조 원장은 “홍 차장이 (12월 3일) 11시 6분에 국정원장 공관 앞에 어두운 공터에서 갑자기 메모를 쓰게 돼서 ‘주머니에 있는 메모지를 꺼내 가지고 급히 썼다’고 했는데 저희가 확인을 해보니까 11시 6분이면 홍 차장은 거기가 아니고 (국정원) 청사에 있는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 CCTV비로 확인을 했다”고 진술했다.
홍 전 차장은 급히 쓰느라 글씨를 똑바로 쓸 수 없었고, 나중에 보좌관이 정서했다고 했는데 사무실에 있었다면 ‘급히 휘갈겨’ 쓸 이유가 없었던 것이 된다.
조 원장은 또 “메모를 본인이 하나 썼고 그 다음에 그거를 보좌관에게 줘서 정서를 시켰다고 했으니까 (메모가) 2개가 있는 셈인데, 그 담당 보좌관을 찾아서 확인을 해보니까 그 보좌관 설명은 12월 3일 밤에 홍 차장이 포스트잇에 쓴 걸 줬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2월 4일 오후에 다시 홍 차장이 같은 보좌관에게 ‘네가 좀 기억나는 대로 다시 한번 써서 달라’고 했다고 한다”며 “그래서 보좌관은 자기 기억을 더듬어서 메모를 하나 더 썼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보좌관은 언론에 공개된 메모지(홍 차장이 검찰에 제출한 메모지)에는 자신이 쓴 글씨 위에 누군가가 가필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로써 문제의 ‘홍장원 메모’는 총 4가지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홍 전 차장은 YTN 인터뷰에서 메모는 총 3가지라고 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증언과 메모에 대해 "거짓이라 생각한다"며 "메모와 증언의 신뢰성에 대해 저는 강한 의문을 가진다"고 말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