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임시국회 제1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당시 암살조가 운영됐다는 제보를 동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되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13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참고인으로 출석해 "사실관계 전부를 다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말씀드린다"며 '암살조 가동'을 포함한 4가지 제보를 공개했다.
▲체포되어 이송되는 한동훈 사살 ▲조국, 양정철, 김어준 등 체포되어 호송되는 부대를 급습해 구출하는 시늉을 하다 도주 ▲특정 장소에 북한 군복 매립 ▲일정 시점 후에 군복을 발견하고 북한 소행으로 발표 등 제보 내용을 설명했다. 13일이 어떤 날인가. 14일 국회 탄핵표결을 앞둔 민감한 시기였다.
이런 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여 사령관이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 10여명의 위치를 추적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선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으로부터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체포 대상자 명단에 정치인 등 14명이 포함돼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진술한 명단보다 2명이 많다.
이 명단을 들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찬성으로 전격 돌아선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어 13일 김어준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암살조 진술이 나온 것이다. 14일 탄핵의결을 앞두고 얼마나 민감한 이슈인가.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19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겨냥해 '체포하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명단 작성 및 지시에 대해 전면 부인한 셈이다.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체포'의 '체' 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 변호사는 "대통령은 법률가다. '체포해라' '끌어내라' 그런 용어를 쓴 적 없다고 들었다"며 "윤 대통령은 기본적, 상식적 사고와 국민적 눈높이에서 내란은 전혀 당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4일 국회 대통령 탄핵의결이라는 중요하고도 민감한 이슈를 앞두고 체포설 사살설 심지어 북풍조작설 등이 난무한 것이 대한민국의 오늘날 국회의 모습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한심한 오늘날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이다.
김어준씨는 "출처를 일부 밝히자면 국내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미국 측에서 많은 정보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병주 의원은 이 방송에 출연해서 “미국은 지금도 한국 대통령실을 다 도청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병주 의원은 국가안보를 생명으로 알고 살아온 육군 4성장군 출신이다. 외교적 파장이 예상되는 발언들을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나와 언급한 것이다. 가짜뉴스로 문제가 되어 방송에서 하차한 김어준은 국회에서 버젓이 가짜뉴스를 증언하고 대한민국 4성장군은 방송에 나와 더욱 증폭시키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안보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주한 미국대사관은 제보자가 미국일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을 부인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김씨가 말하는 제보자가 미국 정부가 아니냐는 의혹에 "아니다(NO)"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17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해당 정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러한 정보 제공을 알지 못한다며 선을 그은 모습이다.
이러한 일련의 거짓선동적인 발언들에 대해 18일에야 민주당 역시 "과거의 제한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기관의 특성을 악용해 일부 확인된 사실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서 구성한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국방위 관계자가 이와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는 "(김 씨의) '암살조' 주장은 군사정보기관에 대해 과거의 제한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기관의 특성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확인된 사실(정보사 요원의 계엄 가담)을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 구성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정 장소에 북한 군복을 매립하고 일정 시점 후 군복을 발견해 북한의 소행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 있었다'는 주장에는 "남한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이나 무장공비는 피아 식별을 어렵게 하고자 민간인이나 아군 복장을 착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 대립 역사상 침투한 북한군이 북한 군복을 입고 온 사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암살조가 미군 몇 명을 사살해 미국으로 하여금 북폭을 유도하는 계획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성남시에 있는 모 부대장이 내란 세력과 밀접하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해당 부대는 계엄 당시 경계근무 강화 지시를 두 차례 발령하는 등 부대 경계를 느슨하게 한 사실이 없고, 최근 시설 공사 관계로 당일 야간에 합동 근무하는 미군도 1명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 암살에 무기를 탑재한 북한산 무인기를 동원하는 계획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 세계 공격용 무인기 절대다수는 따로 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자폭형 무인기"라며 "무인기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김 씨) 주장의 상당수는 '비상계엄 선포를 합리화하기 위한 사전 공작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계엄 이전에 (그런 계획이) 발생했어야 한다"며 "이중 계엄 이전에 실행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평가에도 당내에선 김 씨 주장을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김 씨의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공격하는데 뭐든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조사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의결을 앞두고 있고 몇 명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찬성할 것인가 하는 절체절명의 중요하고 미묘한 시점에 나온 일련의 가짜뉴스와 허위선동은 자유민주주의를 얼마나 파괴하는 행위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법률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더욱 기이한 것은 이러난 중대한 가짜뉴스와 허위선동에 대해 진실규명과 어떠한 사법적 제제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파괴한 이러한 가짜뉴스와 허위선동을 제재할 수 있는 사법체계의 정립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