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한 대표는 이날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모두 사과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폭주’와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하며 허리를 굽혔다. 이어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겠나”라며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면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런 마음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한 대표는 비상계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국민의힘으로 옮겨붙는 걸 차단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우리 국민의힘은 12월3일 밤 당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계엄을 막아냈다”며 계엄이 계속됐다면 군과 국민들 사이에 유혈 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라 우려했다.
한 대표는 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분명히 경고했다. 그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 후 질문을 받지 않고 국회 본관을 나갔다. 그러는 동안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 등과 악수했다. 차에 오르면서는 “당을 잘 이끌어 주십시오.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주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한 대표는 국회 경내에서 지지자들이 자신이 탄 차를 에워싸고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보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러곤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이 잘되게 하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습니다”와 같은 말을 남겼다. 정치를 계속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해 12월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을 맡으며 단번에 여권 대선주자로 부각됐다. 그러다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갑자기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으면서 윤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 참패 후 당 일각의 당대표 책임론에도 62.8%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대표로 선출됐다. 최근 계엄 후에는 윤 대통령 탄핵 소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