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보수우파 진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언론인으론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과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펜앤드마이크 창립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각각 조갑제TV와 정규재TV를 운영하며 유튜브를 주요 무기로 언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규재 기자는 펜앤드마이크 주필로 활동하던 지난 2020년, 그해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참패 후 보수우파 진영을 들썩이게 했던 부정선거 주장을 인정사정 없이 짓밟았고 그 대가로 펜앤드마이크 독자와 구독자가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조갑제 기자 역시 부정선거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맹공격하며 일부 보수 진영의 미움을 독차지했다.
조갑제 기자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 ‘좌파식 개혁’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정규재 기자는 의사 집단도 함께 비판한다. 그 점이 다를 뿐 두 기자는 성역 없이 저널리즘의 칼을 들이댄다는 점에서 똑같다.
최근 두 기자가 또 이구동성 의기투합하는 사안이 하나 생겼으니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노벨상’ 쯤의 성역은 이들 기자에겐 초등학교 우등상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 이미 대통령도 진영의 손가락질도 걷어차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그동안 둘을 욕했던 보수우파 인사들은 ‘모두까기’ 기자 정신의 위력을 목도하고 있을 것이다.
조갑제 기자는 “김일성 남침 전쟁을 ‘(외세의) 대리전’이라고 하면 한국을 지탱하는 모든 도덕률이 무너진다”고 논평했다. 한강 작가가 과거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6.25전쟁을 미소의 대리전이라고 언급한 걸 비판한 것이다. 정규재 기자는 “아무리 소설이 허구라 해도 역사왜곡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5.18과 4.3을 다룬 한강 작가의 소설이, 두 역사적 사건을 우리 군과 경찰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묘사한 것에 대한 개탄이다.
두 기자 모두 좌파 언론이 ‘또라이’ 취급하고 있는 김규나 작가의 논평을 자신이 운영하는 매체에 실었다. 김 작가는 “수상 작가(한강)가 써 갈긴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를 담았다는 소설들은 죄다 역사 왜곡”이라고 맹성토했다. 문학은 그냥 문학으로만 보자는 일부의 충고(?)에 대해선 “문학의 힘을 모르는 소리. 거짓 역사가 그렇게 박제된다”고 받았다.
노벨상에 취한 시민들이 소설에 나오는 사건 묘사를 ‘팩트’로 체화할 것이란 위기감을 감지하고 그것을 세상에 소리치는 ‘힘 있는’ 사회적 존재는 기자밖에 없다는 걸 이 두 기자가 또 입증하고 있다. 좌파 언론이 김규나 작가를 ‘정신이상자’로 취급하면서도 그의 주장을 지지하는 조갑제·정규재 기자를 들먹이지 못하는 건 문학가의 사회적 발언과 대기자의 발언이 가진 중량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행이 술에 취했으면 그 사람을 집에 택시 태워 보내는 정신 멀쩡한 사람도 술자리엔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아무리 향긋한 술도 거들떠 보지 않는 곧은 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력이든 문화권력이든, 기자에겐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진리를 이 두 기자가 잘 보여주고 있다.
트루스가디언 편집장 송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