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 공화국'이란 오명을 썼던 국내 노사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2년간 근로손실일수는 역대 정권 평균의 37%에 불과하다.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도 43%에 그친다.
역대 정권별 근로손실일수는 노무현·문재인·박근혜·이명박·윤석열 정부 순으로 많았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 2년간 근로손실일수가 248만7610일, 문재인 정부는 143만3984일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135만7912일, 박근혜 정부가 138만3685일로 뒤를 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61만6622일로 진보 정부는 물론 다른 보수 정부들에 비해서도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연간으로도 문재인 정부 시절 40만~50만 일이던 근로손실일수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2022년 34만일, 2023년 35만일로 줄었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일수와 해당 기간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의 수를 곱한 것을 하루 근로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매일경제신문은 21일 ‘떼법 안 먹히자 힘 빠진 노조 … 파업손실일수 역대 정부 37% 불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근로손실일수가 줄어든 것을 두고 불법 파업을 엄단한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가 안착한 데다 그동안 파업 정국을 주도하던 대기업 파업이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기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그간 역대 정부에서 대형 사업장 파업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최근 2년간 많이 줄었다’며 ‘노사 법치주의 기조로 인해 노조에서도 파업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태도를 보였고,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단기간에 파업을 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기사는 “파업 리스크가 줄어들며 외국인 투자도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191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실제로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바로 한국의 강성 노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외국인 투자 기업 202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37.6%)와 경직적 근로 시간 제도(23.8%)에 이어 대립·투쟁적 노사 관계(22.8%)를 부담이 큰 노동 현안으로 꼽았다”고 했다.
매일경제신문은 또 ‘봄만 되면 시끄러웠는데...파업 사라지자 외국인이 돌아왔다’라는 기사에서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노사정 대화라는 강온 정책의 성과로 그동안 정권마다 반복되던 춘투(春鬪)도 사라졌다”며 “코리아디스카운트 주범이던 강성노조의 폐해가 줄면서 외국인 투자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올해가 근로 시간 개편, 이중구조 완화 등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과제를 완수할 적기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기사에 따르면 “조경엽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의 노사분규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며 ‘현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는 이번 외투 증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했다.
기사는 “최근 정부는 미조직근로자를 위한 노동약자보호법 제정과 노동 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치를 강조하며 노동 개혁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근로 시간 개편 논란으로 주춤해진 개혁 작업들을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다시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고 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 2년간 사회적 대화 기구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했고 근로 시간 개편 문제로 노동 개혁 동력을 상실했다’면서도 ‘최근 윤 대통령이 미조직 근로자 보호를 강조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매일경제신문은 21일 ‘尹정부 파업손실일수 역대 최소…노사 법치 세운 결과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근로손실일수가 역대 정권 평균의 37%에 불과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노사 법치주의를 노동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고 흔들림 없이 추진한 결과다”며 “춘투가(春鬪) 사라지는 등 '파업 리스크'가 줄어들자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금액도 전년 대비 4.9%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정착이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늘린 것이니 고무적이다”고 했다.
사설은 “근로손실일수가 줄어든 것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원칙 대응을 시작으로 건설 현장 불법·부당 행위 근절,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사 법치를 확립한 효과로 해석된다. 전임 정부에선 강성 노조가 툭하면 파업을 벌이고 사업장을 점거하면서 산업현장이 수시로 마비됐다. 앞으로 노사 법치 원칙이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해 '파업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성과가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천명한 노동 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노동 개혁 1호 과제였던 '근로 시간 개편'이 대표적이다. '주 69시간제' 논란에 휩싸여 좌초되자 정부는 지난해 노사정 사회적 대화로 공을 넘겼다. 그러나 노사정 대화가 '공무원 타임오프제' 문제로 중단되면서 논의는 답보 상태다”며 “12%(대기업·정규직) 대 88%(중소기업·비정규직)로 쪼개진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정년 연장 등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성장 잠재력 저하와 계층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거대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 탓인 만큼 불평등 구조를 깨 노동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은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보호법’과 노동 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법 제정을 지시했다. 노조 울타리 밖 취약 노동자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귀족 노조의 기득권 깨기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노동 약자 보호를 마중물 삼아 동력이 떨어진 노동 개혁의 불씨를 다시 지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