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은 그제 여야 간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특위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주 위원장은 최근 여야 협상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과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 등 공론화위원회가 올린 두 가지 안을 두고 절충점을 찾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협상이 7일 결렬됐다. 소득대체율을 놓고 여당의 43%, 야당의 45% 주장이 맞서 단 2% 차이로 최종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주 위원장은 협상 결렬 뒤 “소득대체율 2%포인트 차이 때문에 입법이 어렵게 됐다”며 “이 논의를 토대로 22대 국회 때 조속한 연금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냈으나 무책임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언론 매체들은 이 소식에 21대 국회를 20여 일 남겨두고도 연금특위의 공식 활동 종료를 선언한 건 무책임한 처사이자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비판하는 한편, 22대 국회에선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갖고 최우선으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길 희망했다.

중앙일보는 ‘연금개혁 무산은 직무 유기…새 국회서 최우선 처리를’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혁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마무리한 건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 유기와 무책임 때문이다” “현재대로 가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완전히 고갈된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재정 계산 결과다”라며 “1990년생이 65세가 돼 노령연금을 받을 시점이 되면 연금 기금이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은 구조적으로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 기성세대는 혜택을 보겠지만, 미래 세대는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소득의 절반가량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렇게 한시가 급한데도 정부는 지난해 10월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인상 등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맹탕 개혁안을 작성해 국회로 공을 떠넘겼다. 연금개혁 논의가 국회로 넘어온 뒤에도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국회는 정부에서 넘겨받은 공을 다시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로 떠넘겼다.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이란 대전제는 사라지고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소모적인 공방만 벌어졌다”며 “공론화위는 지난달 말 시민대표단 다수 안이라며 더 내고 더 받는 방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미래 세대 부담을 늘리는 개악이라며 반발하는 여론이 일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제 연금개혁의 공은 새로 구성할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미래 세대를 위한 윤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의 결단과 지원이 필수적이다”며 “특히 25년째 소득의 9%로 동결된 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여야 협상에서 잠정적으로 합의한 보험료율 인상안(13%)을 논의의 시작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사설은 “반면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줄 우려가 있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22대 국회에선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갖고 최우선으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길 바란다. 이번에도 연금개혁에 실패하고 시간만 낭비한다면 미래 세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연금개혁 팽개친 21대 국회,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21대 국회를 20여 일 남겨두고도 연금특위의 공식 활동 종료를 선언한 건 무책임한 처사이자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화급한 과제다. 내는 돈이 26년째 동결돼 있어 개혁이 늦어질수록 청년세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나라 곳간도 거덜이 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연금개혁이 올해보다 5년 후인 2029년 단행될 경우 재정부족분이 609조 원에서 869조 원으로 불어난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야가 소득대체율 2%포인트 격차 때문에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21대 국회에서 연금특위 활동 기한이 연장됐고 25억 원이나 투입됐다. 22대 국회에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개혁이 공회전만 거듭할 우려가 크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표심을 의식할 경우 논의 자체마저 표류할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도 소신과 전략 부재로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모수 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의 구체적 숫자도 없이 작년 10월 국회에 개혁방안을 떠넘겼다. 국회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개악안이 거론되는데도 나라 살림을 책임진 기획재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보험료율은 18.2%, 소득대체율은 42.3%다. 우리는 받는 돈(40%)이 비슷한데 내는 돈(9%)이 턱없이 낮다.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도 더 많이 내고 조금 더 받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 번에 완전무결한 개혁은 가당치 않다”며 “21대 국회는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미흡하더라도 모수 개혁을 이뤄내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최대 난제였던 보험료율 인상에 합의한 만큼 소득대체율 이견을 좁히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야 다음 국회에서도 기초연금 및 특수직역연금 통폐합 등 구조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결국 빈손 21대 국회 연금특위…애당초 의지 있긴 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였지만 애초부터 어정쩡하게 돌아갔다”며 “윤 대통령은 공약에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국민연금은 물론,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수위 단계에서 대통령 직속 표현이 빠지더니, 결국 국회에 특위를 두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나마 2022년 7월 출범한 국회 특위에서는 개혁 논의까지 사실상 국민연금만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국회 특위도 겉돌았다. 두 차례 활동기간을 연장하며 12차례 회의를 했지만, 구체적 성과는커녕 지난 1월 말 시민대표단 논의가 중심인 공론화위원회에 개혁안 도출을 떠넘겼다. 지난해 10월 개혁 방향을 24개나 국회에 제출한 보건복지부 역시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였다”며 “경위를 돌아보면 남은 21대 국회 임기 중 소득대체율에 대한 극적 타협이 이루어져도 공적연금 전반의 개혁은 여전히 미완인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개탄스러운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