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신설하고 검찰 출신인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취임 때 사정기관 장악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겠다며 폐지한 민정수석실을 민심 청취 기능 강화를 위해 2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수석 인선을 직접 발표하면서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 대통령에게 민심 전달이 잘 안 된다고 해서 고심 끝에 복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수석도 “정책 현장에서 국민의 불편함이나 문제점을 국정에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언론 매체들은 이 소식에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인 김 수석을 통해 사정기관 장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는 한편, 전 정권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오직 민심 청취와 보고에 전력하길 기대했다.

조선일보는 8일 ‘민정수석 부활, 검찰 통제 의구심 불식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실은 그동안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 과정에서 민심과 어긋난 판단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정수석실이 이를 바로잡고 민심을 제대로 수집·반영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사설은 “하지만 신임 수석에 민심 청취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 검사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해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을 통제하고 대통령 주변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며 민정수석 산하 신임 공직기강 비서관과 법률 비서관도 검사 출신인 점을 꼬집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이 ‘정보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도 법률가, 대부분 검사 출신이 맡았다’ ‘사법 리스크가 제기된 게 있다면 제가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 “민심 전달이 목적이라면 정치인이나 시민 단체 출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검찰 출신 아닌 법률가도 많이 있다”고 반박했다.
사설은 “역대 정권은 민정수석을 통해 권력기관을 관리·통제하려 했다. 민정수석은 주요 사건 수사 정보를 수집해 올리고 대통령의 생각을 검찰과 경찰에 전달하곤 했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전 장관 사태, 울산시장 선거 불법 관여, 월성 원전 수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고 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게 민심 전달이 잘 안된다’고 했지만, 김건희 여사 사건이나 채 상병 문제 등 각종 사안에 대한 민심은 언론에만도 수도 없이 표출돼 왔다”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느냐다. 민정수석실이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민심 청취와 보고에 전력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8일 ‘민정수석 부활… 민심 청취인지 사정 장악인지 지켜볼 것’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언론 사설이나 주변으로부터 민정수석직을 다시 만들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으나, 언론 사설은 대체로 대통령실의 사정기관 장악을 우려해 민정수석을 부활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며 “대통령 주변에서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조언해서 따랐다고 한다면 왜 하필 특별히 민심을 잘 파악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없는 검사 출신을 임명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역대 몇몇 정부가 비검사 출신을 민정수석에 임명했다가도 다시 검사 출신으로 돌아간 것은 결국 사정기관 장악을 위해서였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김 신임 수석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 9기수 선배다. 역대 정부에서는 검사 출신을 민정수석에 임명할 때도 외관상으로는 사정기관 장악이라는 의심을 피하고자 검찰총장보다 낮은 기수 출신을 임명했으나 그 관행도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민정수석실에는 비서실장 직속이었던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과 신설한 민정비서관이 속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법무부로 이관된 인사 검증 업무도 대통령에게 하는 보고는 김 수석을 통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 수석이 민심 수집, 공직 인사 검증과 기강 확립, 법률 보좌 등에 사정기관 관할까지 총괄하는 왕수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고 우려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추진하는 특검으로 인해 발생할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민정수석을 부활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제게 사법 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해결할 문제이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 점을 두고 “스스로 공개적으로 약속한 말이니만큼 믿고 지켜보겠다. 민정수석도 가감 없이 민심을 전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아 일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8일 ‘검사 민정수석 밀어붙인 윤 대통령, 검찰 통제 포석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실에서 민정수석실 부활설이 나올 때부터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우려가 이어졌다. 민심 청취 기능의 실효성은 적고 검찰 등 사정기관 통제 기능이 주가 되기 쉽다는 게 골자였다”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기어이 민정수석실을 되살렸고, 검사 출신을 수장에 앉혔다. 민심을 청취하겠다면서 이렇게 여론과 엇나가도 되나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민심 청취를 위해 민정수석실이 필요하다는 전제 자체에 동의하기 힘들다. 누차 지적했듯, 문제는 민심 청취 조직이 있고 없고보다 민심을 무시하는 윤 대통령의 독선적 태도이다”라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진솔하게 사과하라는 민심, 한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남김없이 규명하라는 민심을 민정수석실을 만들어야 알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은 2년 전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꾸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없앴다”며 “그걸 전제로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어 인사 검증 기능을 이관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민정수석실을 신설했다. 앞서도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정책실장 자리를 없앴다가 지난해 말 새로 만들었다. 국가조직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근시안적으로 떼었다 붙였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검사 출신을 민정수석에 앉힌 것도 문제다. 윤 대통령은 정보를 다루는 부서이기 때문에 법률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률가가 꼭 검사 출신일 필요는 없다”며 “엘리트 검사로 대검 차장·법무부 차관까지 지낸 뒤 변호사 생활 몇 년 한 게 전부인 김 수석이 민심 청취와 관련해 어떤 특장점이 있나 의문이다. 더구나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을 신속·철저하게 수사하라는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법무부 갈등설을 두고 검찰이 조직 생존을 위해 현 정권과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터다”라고 했다.
사설은 “여러 정황상 현 정부 권력 기반인 검찰 통제를 강화하려고 민정수석실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전횡이 박근혜 정권 몰락을 가속화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희망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