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이 복귀하고 명칭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뀌어 새 출발한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명칭 변경과 함께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공식 추대하고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안건도 처리한다. 또한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을 근절한다는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도 발표한다.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에 4대 그룹이 복귀하는 것은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로 탈퇴한 지 7년 만이다. 다만 한경협이 과거 ‘재계 맏형’ 격이었던 전경련의 위상과 역할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새 명칭인 한경협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설립한 경제단체의 이름이다. 이어 1968년 전경련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55년 만에 다시 ‘원조’인 한경협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을 근절한다는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을 발표한다. 류진 한경협 신임 회장 추대 외에 외교부 관료 출신인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상근부회장으로 선임될 전망이다.
회의에서는 또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안건도 처리한다.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사로는 남아 있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일부 계열사는 이날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이 승계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비정기 이사회를 열고 한경협으로의 회원 자격 승계 건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을 이사진에 보고했다.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4개사도 21일까지 이사회 보고 절차를 마쳤다. 이사진이 반대한 삼성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류를 결정했다.
SK는 지난주 4개 계열사 이사진 보고를 끝냈다. LG도 21일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고,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각 계열사 이사회 산하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관련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처럼 재가입을 거부하는 곳이 추가될 여지도 남아 있다.
삼성증권 이사회는 21일 늦게까지 한경협 복귀 건을 논의했으나 전경련이 제시한 혁신안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고 정경유착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한경협에 복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16, 18일 임시회의를 두 차례 연 뒤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한경협 복귀를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발생 시 즉각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한경연 회원 자격의 한경협 이관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란 결론을 내렸다.
4대 그룹은 회비 납부와 기금 운영, 이사회 참여 등 회원사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여러 가지 여지를 남겨놓은 상태다. 삼성은 준감위가 한경협 관련 자금 지출 시 준감위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한경협은 ‘한국형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재계 싱크탱크를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정경유착의 과오를 씻고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한 정책 협력, 주요국 산업 전략 대응 등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의 혁신 방안 실천 의지와 속도에 따라 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재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시련과 우여곡절을 거쳐 어렵게 새 출발 하게 됐다”라면서 “건전한 산업·경제를 왜곡시키는 가짜뉴스, 가짜통계, 가짜경제에도 휘둘리지 않도록 재계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