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의 정부광고지표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황근(사진) 선문대 교수가 6일 문화일보에 심층 기고를 했다. 황 교수는 바른언론 시민행동의 운영위원이자 본 매체 트루스가디언의 필진이기도 하다.
황 교수는 이 글에서 “(당시 정부광고지표 작성을 위한) 조사 결과는 객관적 시장점유율과 부합하지 않아 반시장적이며 열독률 조사를 가정에만 국한해 실시하는 기존 오류 또한 반복됐다”면서 “국정 운영에 필요한 자료·통계를 조작했다면 이는 치명적인 국정농단”이라고 지적했다.
기고에 따르면 정부광고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7월 한국ABC협회(협회) 부수 공사(公査)의 정책적 활용 중단에 따른 후속 조치로 2022년부터 인쇄 매체에 적용됐다. 하지만 ‘열독률’에 대한 부실 조사와 결과 오류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광고업계나 학계의 비판이 이어져 왔다.
황 교수는 “이와 관련, 문 정부가 진보좌파 매체에 광고를 몰아주고 정권에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광고지표를 정략적으로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고 짚었다.
재단은 원래 총리 훈령 제541조에 따라 ABC 부수공사 참여 참여 여부를 정부광고 수주 자격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공사 결과를 광고비와 연동시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2021년 협회 내 재정 운용 문제가 불거지고 당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회가 주관하는 발행 부수 의혹을 조사하라는 비판과 요구를 쏟아내면서 그해 7월 열독률, 즉 국민 대상 구독자 조사 결과와 사회적 책임 지표를 활용해 정부광고를 집행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 발표가 나오게 된다. 5만 명을 표본으로 하는 대규모 열독률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황 교수는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바꾸겠다는 표면적인 이유는 ABC의 부수 공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내면적으로는 1조4000억 원이나 되는 정부광고를 친정권 매체들을 지원하는 데 부수 공사 제도가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었다”며 “문 정부로서는 보수 신문들의 시장점유율을 희석하고, 친정부 성향의 신문들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부수 공사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열독률 조사에 사회적 책임 같은 정성 지표들을 합한 새로운 평가 기준을 추진했다. 그러면서 열독률 조사가 더 정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통계학적으로 무의미한, 나아가 무모하기까지 한 보여주기식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황 교수는 “결국 이를 바탕으로 정부광고지표를 만들고, 매체별로 광고단가를 책정함으로써 진보 좌파 매체들을 재정적으로 도와주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전체 조사 대상자 5만1788명 중 신문을 구독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6832명으로 13.2%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문 매체별로도 단 네 군데만 열독률이 1%를 넘겼을 뿐, 나머지 신문들은 1% 이하로 조사돼 분석자료로는 무의미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부 종합일간지의 열독률은 실제 유료부수를 고려할 때 비정상적으로 낮게 나왔다. 사무실 독자 등을 배제하고 가정에만 국한해 열독률 조사를 벌이는 바람에 생겨난 결과였다는 것이다.
황교수에 의하면 대다수 신문의 열독률 수치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다는 사실이 문재인 정부의 ‘의도했던 정략적 목적’을 어렵게 만들었다. 열독률 수치를 제곱근(log)으로 변환한 것이나, 중위값을 갖고 서열척도화한 것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최종 점수를 구간별로 부여해 실제 열독률에서 차이가 큰 신문들을 같은 구간으로 묶어 동일 점수를 부여했다. 마치 프로야구 1군 팀들과 아마추어 동호인 야구팀을 같은 리그로 묶어 놓은 모양새다.
구간별 열독률 1구간에는 3.74%를 기록한 신문부터 0.05%를 받은 신문까지 13개 신문이 포함됐다. 재단은 그러나 여기에 각종 ‘사회적 지표’ 점수를 더했고, 이에 열독률 조사에서 0.6%밖에 기록하지 못한 특정 매체가 1위에 올랐다. 정부는 지표를 구간 방식으로 점수화해 놓고 정작 광고비 책정은 최종 점수와 연동해 차등 적용했다.
또한 객관적 시장점유율과 부합하지 않는 광고지표는 반시장적이다. 민간기업이라면 이렇게 만들어진 지표에 근거해 매체를 선택하고 광고비를 지불할 리가 없다. 하지만 정부광고는 정부부처와 각종 공공기관, 그리고 공기업이 주 광고주다. 여기에 정파성을 지닌 친민주당 성향의 지방자치단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정략적으로 조작된 광고지표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다.
2021년 첫 조사에 이어 2022년 두 번째 조사에서도 문제점들은 고쳐지지 않았다. 열독률 조사를 가정에만 국한해 실시하는 기존 오류 또한 반복됐다. 재단은 2022년 조사에서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 해 전 조사 때 비용의 두 배 가까운 13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조사에 응한 신문의 수는 1년 전보다 19개나 적었다.
황 교수는 “더더욱 의문인 것은 2년간 벌인 대규모 조사 입찰에 응한 업체가 고작 3개뿐이었다는 것. 업체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 구성도 상식적이지 않다”면서 “심사위원 중에 언론재단에 재직 중이거나 재직했던 인사들이 과반에 이른다”고 예시했다. 결국 정략적 의도를 갖고 추진돼온 정부광고지표와 열독률 조사사업은 2년간 2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국고를 낭비한 채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 매체는 이번 사건을 ‘소동’이라고 표현하면서 6일 <검찰, ‘정부광고단가 소동’ 수사착수>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언론인은 “결국 ‘소동’을 갖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에 나서고 검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한다는 얘기냐”며 “정부, 검찰이 그리 한가한 곳이 아닌 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다 보니 중대한 국정농단 행위를 소동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논평했다.